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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03. 2023

[D-332] 기운이 없을 땐 신나는 노래를

34번째 글

가끔씩 아무 일도 없는데도 기운이 쭉쭉 빠질 때가 있다. 대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가 그렇다. 이럴 때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를 않고 세상만사가 피곤하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이 물에 젖은 솜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축축 늘어진다. 이럴 때는 보통 그냥 가만히 기운이 빠진 채로 있다가 잘 먹고 잘 쉬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기운을 다시 차릴 수가 있다.


하지만 쉴 수가 없는 날도 있다. 지금 당장 상황이 너무 급하거나,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거나, 쉬는 건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바쁠 때. 이런 상황에서는 빠져나간 기운을 다시 강제로 끌어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혈을 받듯이 억지로라도 기력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특효약이 바로 신나는 팝송이나 걸그룹 노래이다. 밝고 희망차고 기쁨으로 가득한 노래를 듣다 보면 강제로 텐션이 끌어올려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너무 텐션이 떨어진다 싶을 때는 유튜브에서 걸그룹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듣거나 팝송 플레이리스트를 켜 두곤 한다.


그럴 때 자주 선택되는 것이 케이티 페리의 노래이다. 'Firework'나 'Roar', 'Wide Awake', 'Part of Me'처럼 십 년 전쯤 전 세계를 휩쓸었던 노래들부터 비교적 최근에 나온 'Daisies'와 'Resilient' 같은 노래들까지. 케이티 페리의 노래들은 일단 당당하고 밝고 희망찬 분위기가 많은 데다가 보컬이 아주 시원시원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럴 때 듣기 딱 좋다. 케이티 페리 특유의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거야, 누가 뭐래던 신경 안 써!'"라고 말하는 듯한 감성도 힘을 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는 케이티 페리가 쓰는 가사들도 아주 좋아한다. 케이티의 가사는 아주 직설적이지만 단순하거나 얄팍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가사들.


This is the part of me
That you're never gonna ever take away from me
이건 나의 일부분이야,
네가 내게서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 'Part of Me' 중에서.


Maybe a reason why all the doors are closed
So you could open one that leads you to the perfect road
문들이 모두 닫혀 있던 이유는 어쩌면
완벽한 길로 너를 이끌어줄 바로 그 문을 열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 'Firework' 중에서.


I know there's gotta be rain if I want the rainbows
And I know the higher I climb, the harder the wind blows
무지개가 뜨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한다는 걸 알아
내가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도 더 세게 분다는 걸 알아

- 'Resilient' 중에서.


Took those sticks and stones
Showed 'em I could build a house
그들이 내게 던진 막대기와 돌을 주워서
내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

- 'Daisies' 중에서.


이런 가사들은 돌려 말하지 않고 아주 직접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그래서 케이티 페리의 노래를 들을 때면, 노래가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와 에너지가 내게 바로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빠르게 기운을 차릴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피로를 잊을 수 있다.


어떤 날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노래가 좋다. 들으면 들을수록 새롭고, 더 연구하고 싶고, 난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노래가 좋다. 그리고 어떤 날은 케이티 페리의 곡들처럼 아주 직설적으로 내게 말을 걸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노래가 좋다. 오늘은 후자가 더 듣고 싶은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이 노래들을 통해 텐션을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

2023년 2월 3일,

회사 로비에 앉아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Carl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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