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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02. 2023

[D-333] 사랑의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33번째 글

사랑.


우리는 이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너무 좁은 범위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랑은 아주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되어 있다.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아끼고 귀중히 여긴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연인 관계에서의 성애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랑한다'라는 말을 우리는 대체로 연인 관계에서만 사용한다. 친구끼리는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장난이 아닌 이상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표현은 흔히 사용되지만 실제로 가족을 상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꺼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낯간지러운 말로 여기고 꺼려하는 분위기가 더 일반적이다.


어제 나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만났다.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친구다. 나는 이 친구를 사랑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친구와 연애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이 친구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를 위해서 나를 희생할 수 있다. 누군가 묻는다면 거리낌 없이 이 친구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나는 그 정도로 이 친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긴다. 그렇다면 이걸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비록 우리 둘 사이에 그 어떤 연애 감정도 없다고 해도.


친구던, 가족이던, 반려동물이던, 자연이던, 예술이던, 취미 생활이던, 아니면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동경의 대상이던, 우리는 연인이 아니더라도 아주 다양한 종류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고 있다. 수많은 서로 다른 대상에 마음을 쏟을 수 있고, 열정과 감정을 퍼부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라고 할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연인이다. 사랑하기 위해서 누군가와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심지어는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데.


그래서 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범위가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좁은 의미로만 쓰이는 '사랑'의 의미를 확장해서, 더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감정을 사랑이라고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연인이 아닌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낯간지러워하거나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로 점차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에 인색하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라고 더 자주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걸 우리가 대체로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을지라도.



/

2023년 2월 2일,

소파에 앉아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ichael Fento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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