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Feb 19. 2023

[D-316] 영감을 찾는 법

50번째 글

오늘은 2023년이 시작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나는 2023년 1월 1일부터 매일 에세이를 한 편씩 쓰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오늘은 내가 매일 글을 쓴 지 50일째 되는 날이고, 내가 올해의 50번째 글을 쓰고 있는 날이다.


며칠 전에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매일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은 성실함을 갖췄다면 할 수 있고, 글을 쓸 시간을 내는 것은 시간 관리를 잘하면 되지만, 글로 적어 둘 만한 소재를 매일 찾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아니냐고 말이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냥 그날에 있었던 일이나 그날에 했던 생각들에 대해서 가볍게 적어 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은 2월 중반밖에는 되지 않아서 아직 소재가 떨어질 시간은 안 되었다고, 나중에 가면 아마 할 말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할 말이 많아서 소재가 떨어질 일은 없다지만 나중에 4월이 되고 5월이 되고 11월, 12월이 되면 정말로 쓸 말이 없어서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또 지금은 글 쓰는 것이 재미있지만 나중에 가면 더는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매일매일 글을 쓰다 보니 점점 글쓰기 자체가 지겨워지고 지루해져서 글을 쓰기 싫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좋아하는 일을 더는 좋아하지 못하게 된다니. 악몽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글쓰기가 지루해진다면 그건 내 잘못이라고. 매일 글을 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지겹게 여기는 나 자신이 문제라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면 반드시 무언가는 생각할 거리가 생기게 된다. 그런 걸 보고 단순히 소감을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글쓰기를 해낼 수 있다. 영화가 너무 길다면 노래를 들어도 된다. 3분짜리 노래를 듣고 감상을 적어 둘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짧은 1분짜리 영상을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서 적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글쓰기 자체에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 글이라도 일단 글을 쓰다 보면 영감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너무 지쳐서 도저히 못하겠다면, 내가 너무 지쳤다는 내용의 글을 쓸 수도 있고, 오늘은 도저히 영감을 찾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쓸 수도 있다. 예전에는 글쓰기의 과정을 그려볼 때, 영감을 받아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영감을 받는 것이 먼저고 그다음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반대로 글쓰기가 먼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무언가 글을 쓰다 보면 영감이 따라오는 거라고. 글쓰기를 시작하고, 그 과정 자체에서 영감을 얻고, 추가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많은 것들을 찾아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그렇게 얻은 영감으로 다시 글쓰기로 돌아가는 거다. 어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찾아오기를 가만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 뭐라도 찾아 나서야 하고, 일단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글을 써야 하는 거다.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나를 위해서 매일 에세이를 쓰기로 나와 약속한 것이다. 이게 내가 하기로 선택한 일이라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영감을 찾는 것까지가 내 책임이 아닐까 싶다.



/

2023년 2월 19일,

카페에 앉아서 음악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Christine Sponchia from Pixabay

작가의 이전글 [D-317]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