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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18. 2023

[D-317]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49번째 글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늘 고민이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 고민이 커졌다. 하루 전체를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이 귀중한 기회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나를 위해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심사숙고해서 계획하고 결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고민은 크게 두 갈래의 마음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주말을 아주아주 의미 있게, 바쁘고 꽉 차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다. 그리고 또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푹 쉬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다. 이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갈래의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계획을 짜곤 한다.


주말을 바쁘게 보내는 일은 내게 꼭 필요하다. 평일에 집과 직장만을 오가면서 바쁘게 살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되고,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살아가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는 하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며, 그렇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주말에라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고 싶었던 영화나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가고 싶었던 곳에 가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쓰고 싶었던 글을 쓰는 일들을 하면서 나 자신을 나답게 유지하고 영감을 계속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의미 있게' 주말을 보내는 일이 내게는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는 일도 내게 꼭 필요하다. 평일에 바쁘게 살면서 잘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주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 주말에는 잠시 쉬어 가는 타이밍이 필요하다. 주말에 잘 쉬어 주지 않는다면 다음 주를 버텨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래서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고, 여유롭게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낮잠을 자고, 유튜브를 보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며 휴식을 취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 가는 것도 내게는 정말 중요하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똑같이 '의미 있게' 보내는 시간인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는 두 가지 방법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 말이다. 이 두 가지 선택지가 모두 내게 필수적이라면, 꼭 필요한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다면, 가끔은 왼쪽으로 빠지고 가끔은 오른쪽으로 빠져야 한다. 그래서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전체적으로 대강 직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말이다. 때로는 쉬어 주고 때로는 뭔가를 바쁘게 하면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그때그때 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말버릇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으면, "뭘 먹어야 점심을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라고 하고, 주말을 아주 멋지게 보내고 싶으면 "뭘 해야 주말을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라고 말하곤 한다. 이러면 늘 주변에서 돌아오는 말이 있다. "네가 뭘 해도 소문은 안 나니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맞는 말이다. 이게 정답이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뭐든지 결국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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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8일,

식탁에 앉아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ichael Kleinsass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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