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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20. 2023

[D-315] You are enough

51번째 글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분투한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셈하고, 다른 사람이 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기를 원하며, 가치에 증명서를 떼고 싶어 한다. 1등이라는 타이틀을 달거나, 상을 받거나, 기립박수를 받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런 가치의 '상징'들을 갖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닦달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나다운 모습을 버리고 내가 아닌 더 가치 있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애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가치를 매기는 일은 위험한 일일 뿐더러,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대체 누가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도 없는데 말이다. 시험을 쳐서 1등부터 100등까지를 가려낸다고 해도 1등이 100등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험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변별력 있게 잘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사람의 모든 면모를 전부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시험을 친다면 100등이 1등이 되고 1등이 100등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또한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서로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자아실현이나 성취는 중요하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투쟁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 공을 들인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은 귀중하다. 하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모든 꿈을 다 이룰 필요는 없다. 성공하기 위해서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특정한 목표에 도달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의 유령>과 <러브 네버 다이즈>, <인어공주>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배우 시에라 보게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You are enough. You are so enough. It's unbelievable how enough you are.
너는 너로서 충분해. 너는 너로서 너무나도 충분해. 네가 얼마나 충분한지 믿기 어려울 정도야.

- 시에라 보게스


우리는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가치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우리 자신에게조차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어쩌면 가치를 매기려는 이 시도 자체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를 평가하려 하면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괴롭히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너무 많이 흔들렸고 너무 많이 아파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 법을, 나 자신에게 가격표를 달거나 증명서를 붙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나 자신을 그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니까.



/

2023년 2월 20일,

TV 앞에 앉아서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영화 소리 들으며.



*커버: Image by Couleu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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