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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22. 2023

[D-285] 시간에 쫓기고 있다

81번째 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있다. 우선 직장에서 맡은 과제 일정이 아주 촉박하다. 업무 리소스를 갈아 넣는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촘촘하게 일정을 잡아 놓았는데, 이렇게 촉박하게 진행해도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하고 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내 개인적인 일들도 몇 달 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것들이나 갑자기 닥친 것들이 좀 있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 더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지난 몇 주 간을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그동안 한 번도 이 챌린지 글쓰기를 빼먹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은 재택근무를 할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출퇴근길에 버스에 앉아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면 적어도 글쓰기는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글쓰기마저 없었다면 정말로 이 시간의 추격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바쁠수록 마음을 더 여유롭게 먹어야 한다고 한다. 바쁠수록 잘 쉬어 주어야 하고, 바쁠수록 나를 위한 개인적인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그래서 지난 주말엔 급한 마음을 좀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더 여유를 부려 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약간 후회 중이다. 주말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미리 해 두었으면 지금 조금 더 시간이 있을 텐데, 그런 후회가 때때로 차오른다. 주말은 원래 쉬는 날이라는 걸 알지만. 주말에 조금이라도 쉬어 두었기에 이번 한 주를 살아갈 체력과 정신력을 충전했다는 것도 알지만.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언제나 여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옆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 하지만 그 사람들을 본받아 빠르게 뛰기보다는 느긋하게 걷고 싶은 사람, 그렇게 산책을 하듯 걸으며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사람, 걷다가 내키면 잠시 멈추어 서서 길가에 핀 장미 향기를 맡고 싶은 사람. 나는 그렇게 여유를 즐기며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걷고 싶은데 시간이 내 걸음을 재촉한다. 잠깐 멈춰서 꽃 향기를 맡고 싶은데 시간이 내 등을 떠민다.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는 상황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이 점을 더 실감하는 중이다. 시간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나 쉼 없이 떨어지는 모래에 불과하다. 나는 모래 폭포 아래에 서서 떨어지는 모래를 맞으며 서 있을 뿐, 모래알을 몸으로 흘려보내고 있을 뿐, 이 폭포를 멈추게 하거나 손에 쥐어 둘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이 모래 폭포에 파묻히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를 갉아먹도록 두지 않으면서 시간의 허기를 달래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시간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에 쫓기고 있다.



/

2023년 3월 22일,

버스에 앉아서 내 한숨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Alex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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