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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21. 2023

[D-286] 타협하지 마, 달링

80번째 글

락밴드 퀸(Queen)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여러 인터뷰들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또는 편하게 살기 위해서 본인의 원칙을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음악적인 면에서나 사적인 면에서나 프레디 머큐리는 '이 정도면 됐어'라고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이다. 그 부분이 바로 가장 '프레디다운' 부분이라고 브라이언 메이는 여러 번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래서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끔씩 그가 "타협하지 마, 달링."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음악을 하면서 타협할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타협하지 마, 달링."이라고 말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이 일화를 알게 된 이후로 나에게도 때때로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찾아온다.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을 때 그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 귓가에 "타협하지 마, 달링."이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정도면 됐겠지, 라고 얼버무리고 싶을 때 그는 내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면 내가 얼버무리고 싶은 까닭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얼버무린다면 어떻게 될지도.


내가 얼버무리고 싶은 이유, 타협하고 싶은 이유가 고작 나의 체면을 위해서라면 나는 타협하고 싶지 않다. 직업적인 면으로 예를 들면, 일을 할 때 그냥 '이 정도면 적당히 내가 놀지는 않았다고 어필할 수 있겠지'라는 이유로 타협하기는 싫다. 하지만 지금 내가 너무 피곤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어서, 내게 휴식이 필요해서,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라면, 나는 나를 위해서 잠시 쉬어 가기를 선택하고 싶다. 이 두 가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타협이지만 후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다.


이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단순히 프로페셔널한 부분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아주 개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잘못된 일을 보았지만 피곤한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침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타협하지 마, 달링."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나다움을 포기하고자 할 때, "타협하지 마, 달링." 진실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눈을 가리고 싶을 때, "타협하지 마, 달링." 내 몸과 마음의 문제를 모른 척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거겠지, 라고 합리화하고 싶을 때, "타협하지 마, 달링."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내게 더 큰 가치와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존심이나 체면처럼 별 것 아닌 이유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얼버무려 버렸다는 점은 내게 후회와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남긴다. 이런 선택을 하고 나면 내게는 선택의 결과밖에는 남지 않는다. 나는 결과에만 매달려서, 부디 결과가 좋기만을 전전긍긍하며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나면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이미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나 자책으로 나를 갉아먹지 않을 수 있다.


"타협하지 마, 달링." 오늘도 귓가에 들려오는 이 말을 내내 곱씹고 있다.



/

2023년 3월 21일,

식탁에 앉아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커버: Image by Céline Marti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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