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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Oct 19. 2021

어설픈 건 독일까

흥미와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

 

strawberry moon 2021.6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었다. 좋게 말하면 '너는 못하는  없구나'라고 나쁘게 말하면 '너는 잘하는  도대체 뭐니'. 우리 세대는 예체능 학원이 필수라 남들과 뒤지게 키울  없어 부모님은 4명의 자식들 모두 피아노 학원과 미술학원에 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오래 다니고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뭔가 잘한다는 기세 등등함에 피아노 진로를 꿈꾸기도 했다. 미술학원에 다녔던 경험도 있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사촌동생과 함께 만화를 반투명 종이에 덧대고 따라 그리며 그리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재료를 주문해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글루건으로 재료들을 가져다 붙이는  빼고는 없다. 무언가 내가 시작한 모든 것들이 어설펐지만 내가 뭔가를 배우는 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나에게  행복이었다.


 고등학생 때가 되니 이제 수능을 위한 삶을 살라고 한다. 피아노 치는 건 나정도 치는 애들은 전국에 깔렸고 돈도 많이 드니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다. 사실 돈도 가장 많이 들지 않고 부모님도 만족시켜줄 것은 공부였다. 그렇다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진 않았지만 한 번 전교 10등이라는 최고 성적을 가지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 준 적이 있다. 평소에는 반에서 10등 안에들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최고 성적을 받으니 이때부터 열심히 하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공모전에서 상도 많이 탔다. 학교 스쿨버스 타는 시간을 기다리며 남는 시간에 나간 대회에서 덜컥 상을 타니 나는 재능이 있나 싶었다. 그 이후로 시와 소설 분야에서 대회가 있을 적마다 상을 탔다. 있는 것을 다르게 만들어내고,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작의 과정이 즐거웠다. 힘든 고등학교 시절은 글쓰기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것 하나 두각을 나타낸 것 없는 아이가 본인이 잘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피아노를 포기했던 것처럼 전국에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어찌 작가를 하겠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몇 번 상을 탔다고 섣불리 작가를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나이의 경계가 없으니 세상에 대해 배우고 나서 언제든지 도전해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의 목표는 사라지고 이제 새로운 목표를 나에게 심어야 했다. 심리학과는 취업이 잘되는 과는 아니었지만 상담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루트로 많은 아이들이 선택하기도 하는 과였다. 나는 어디에 소속이 되면 삐뚤어져야 하는 반골기질이 있는 게 분명했다. 심리학과에 가니 다른 단과대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어설프게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모르는 세상이 많은 것보다 어설프게라도 '나 너에 대해 조금은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즐거웠다.


 성인이 되니 어릴 적부터 수많이 어설프게 거쳐왔던 배움들이 내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모든 배움이 꿈틀대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1개 있었다. 바로 그게 글쓰기였다. 내가 한 어설픈 과정들은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행히 좋은 기회와 우연으로 나는 내 적성을 찾았다. 이걸 평생 해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불확실한 어설픔의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려면 이제 어설픔을 지워야 한다. 한낱 즐거움이란 명목 속에 어설프게 배웠던 다른 취미나 흥미와 다른 직업정신으로 말이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동화작가가 반드시 될 거라는 확신과 자신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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