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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Oct 15. 2021

직업 찾기

나이는 서른

단 줄알았지만 씁쓸했던 비엔나커피


 직업은 사전적 정의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뜻한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찾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일은 무슨 재미로 해. 먹고 살라고 하는 거지."

 어른들에게 질문한다면 대부분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옛날 할아버지를 위해 고이 모셔둔 돼지비계를 아빠가 몰래 먹어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고모에게서 들었기에 어른들의 직업이 정말 '먹고 살기'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이 보기에 내가 하는 고민이 굉장히 사치스럽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세대 대부분이 같은 고민을 한다.


 20년 근속, 30년 근속이라는 말은 정말 까마득한 미래고 불가능한 미래처럼 여겨진다. 가족들만 바라보고 자신이 가졌던 모두 걸 포기해야했던 가장의 책임감은 내가 평생 질 수 없는 무게처럼 느껴진다.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생각하다가도 돈 벌어주는 남편을 생각하면 다시 꼬리를 내리곤 한다.


 기자인 친구과 대화를 나눴다. 점심시간 짬을 내 만났는데 그 사이에도 기자의 긴박함이 느껴졌달까. 계속되는 마감, 수정, 인터뷰.. 친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보였다. 직업을 가진 자들도 고민을 한다.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 

"일을 할 때 굉장히 즐거워, 근데 체력적으로 힘이 드네."

 '일을 할 때 즐겁다' 라는 말을 들으니 친구가 굉장히 부러워진다. 즐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니 친구가 힘이 들든 말든 즐겁다는 말에 강한 악센트가 박힌다. 체력적인 문제는 경력이 쌓이면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즐거운 일을 찾는 건 벌거벗은 채로 구직시장을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유명한 강남역 GT타워 소유자 가락건설 대표 김대중씨가 90년생 외동아들에게 건물을 증여한다고 밝혔다. 200억의 연 임대료를 맛보게 된 그를 보며 생각한다. 내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직업을 갖는다면 퇴사하기 전처럼 내 건강을 망치며 작고 귀여운 월급을 위해 내 값진 시간을 팔아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찾은 즐거운 직업처럼 누가 연 200억을 벌든 말든 눈 앞에 마감이 더 중요한 삶을 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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