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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Nov 02. 2021

백수 규칙

X준비생, X지망생

건강한 식사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점심 먹고 저녁 사이



 남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공포물인 심야 괴담회이다. 혼자 못 보니 꼭 내가 옆에 있을 때 보려고 하고 내가 있을 때 이 프로그램을 켜니 나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보는 편이다. (재밌긴 하다. 보고 나서 샤워할 때 화장실에서 눈을 못 감지만) 심야 괴담회를 보고 있자면 에피소드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금기사항이 있으며 두 번째 말을 안 듣는다. 말을 듣지 않은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세상을 좀 삐뚤게 살아야 재밌고 풍성한 이야기가 나오나 싶다. 하여튼 어제도 심야 괴담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금기사항이 있으면 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깨지 않으려 늘 생각해야 하니.', '나도 백수 금기사항이나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 백수 금기사항, 이른바 백수 규칙이다.  




 1.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은 규칙적으로

 회사의 장점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강제적으로 맞춰주기 때문에 건강한(?) 루틴을 만들 수 있다. 회사 다닐 때 월급을 모조리 병원비로 썼던 건 역설적이긴 하지만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맞춰준 건 장점이다 싶다. 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니 이거 때문에 회사 다니지 말자.


2. 식사시간도 규칙적으로 그리고 과식하지 말자.

 이건 거의 다이어트 규칙이라고 할 정도로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인데 12시 ~  2시 사이에 점심 식사를 끝내고 저녁식사는 저녁 7시 이전에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살 좀 쪄야겠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지금은 신혼 버프로 인하여 살이 많이 버프 되었다. 통통한 엄마가 늘 살 뺀다고 말할 때마다 왜 말만 하고 빼질 않는 거지 싶었지만 엄마를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요즈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음식 남는 꼴을 보지 못해 배불러도 다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음식을 버리는 연습을 하자. 버리는 게 아까운 걸 알면 그 시작도 적어지겠지.


3. 맛있는 음식을 쉽게 얻게 하지 마라.

 연예인 슬리피나 던과 같이 모태 식욕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말이겠지만 맛있는 음식이라는 대가를 쉽게 주니 아주 세상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생 때는 치킨을 사는 것,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뭔가 큰 다짐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치킨 먹을까? 그래. 고기 살까? 그래. 원하면 자동자판기에서 좋아하는 게 툭툭 떨어진다. 회사 다닐 때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가. 먹는 게 구찌나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사는 것보다 저렴하며 돈 모아서 여행 가는 것보다 단시간으로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 욕구라 먹는 것에 굉장히 관대해진다. 먹는 거까지 통제하면 이 세상 왜 사나 싶을 정도로 우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끊는 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을 탈바꿈하는 것이다. 백수는 돈이 부족하니 먹는 걸로 나에게 선물을 주자. 금요일은 치킨, 토요일은 고기. 나머지 요일은 건강한 식사. 


4. 롤모델이나 멘토를 만들자.

 멘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이 사람들이 나의 멘토인가? 싶기도 하다. 구체적인 인물이 아니더라도 꼭 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라도 괜찮다. 요즘은 몰랐지만 대단한 사람들의 강연을 youtube로 볼 수 있고 쉽게 존경할 수 있고 감복할 수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선생님이란 존재가 곁에 있지 않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려 적극적으로 달려들자.


5. 하루의 끝에서 나를 리프레쉬할 무언가를 만들자.

 오늘 할 일을 끝내고 하루의 끝을 단단히 묶는 과정을 어떤 일을 하며 보낼까 생각해보자. 가장 좋아하는 일이면 더 좋다. 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도 나쁘지 않다. 나는 장비도 필요 없고 돈도 들지 않아 상쾌한 공기를 마실 겸 산책길을 뛰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레고 조립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좋고 퍼즐 맞추는 것도 괜찮고 밀린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도 괜찮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다. 그저 나의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둘 하루들을 동여매는 가장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다.  

 

6. 지금 시도하는 일에 대하여 믿음을 갖자.

 취업을 준비하든 시험을 준비하든 지금 무엇을 준비하는 일이 어떤 당장의 눈에 보이는 대가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을 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할 것이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질 수 있다. 보통 상처를 주는 사람은 연락이 뜸한 친구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위기가 많을 것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으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믿을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 답은 위에서 말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대단하지 않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규칙적으로 살아간 결과이다. 하루의 끝에서 후회하는 일이 많다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매일 스스로 무너뜨릴 것이고 자신을 더는 믿지 못할 것이며 주변 사람들도 당신을 믿지 못할 것이다. 백수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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