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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Oct 11. 2023

심심하다 지겹다 외롭다

나이 듦에 대해서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편을 한다. 복잡한 생각은 무시하는 것 쉽고 어려운 문제는 스스로 매듭이 풀리도록 내버려 둔다.


발전적이지 않은 생각은 나를 격자무늬 창틀에 꽂아두고

한 구간만 반복재생하는 고장 난 태엽인형으로 만든다.


젊을 때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고 불필요한 생각은 나를 더디게 한다. 내 생각에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 책 그리고 멘토의 조언을 얻는 건 발전적인 생각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선선한 바람 곁에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작은 할머니의 모습이 가벼워 보인다.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지나가는 대로.


할머니는 심심하다고 한다. 심심해서 다듬는다. 할머니 앞에 놓인 밭에는 온갖 뿌리채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바람에 따라 왼쪽 오른쪽 실컷 흩날린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할머니의 심심함을 말하고 있다. 나에게 할머니의 심심함은 부지런함이고 꾸준함이다.



고모의 집 옆 집에는 치매 걸린 할머니가 산다. 고모집에는 하루에 몇 번이고 조용히 들어와서는 고모와 친구들 옆에 자연스럽게 착석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밥은 먹어시냐?”

고모가 밥을 먹었다 하면 고모도 되묻는다. 밥을 드셨다고 한다. 그래도 옆집 할머니에게는 여전히 허기짐이 있다보다.

“어휴 심심해, 어휴 지겨워 “

의미 있는 말, 듣기 좋은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순전히 나의 말만 한다. 그렇게 주위 사람은 떠나간다.


고모는 치매 걸린 할머니를 방치하지 말라고 고모가 옆집 자녀들에게 몇 번을 일러주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옆집 할머니의 헝클어진 은색의 머리카락을 보니 자식들은 할머니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여전히 할머니는 위험한 차들 곁에서 위태롭게 걸어가고 친구들이 찾아온 고모의 집 대문을 함부로 열고 들어와서는 심심하고 외롭다는 말을 하고 곁에서 허기짐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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