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자까 Mar 07. 2024

생각보다 남편과의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 때부터 가족들 곁을 떠나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다시

아빠가 자식들에게 전화해 밥 먹으러 오라 전하고

독서실 간다는 나에게 저녁 여섯 시까지 집에 들어오라 하고

아빠가 술잔을 기울이고

엄마가 잔을 채워주면서도 그만 마시라 닦달하고

우리 가족이 한 작은 식탁이 모여

말없이 1박 2일을 봤던 그 순간이 되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지난날의 후회를 보이며 적는 소회라기 보단

지나간 그 순간들이 반복되고

또다시 만들면 생길 기회라는 게 얼마나 부족한 생각인지

이제 깨닫기 때문이다


지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실들은

지금까지 계속 변해왔다


벌써 이사만 10번 이상을 다니며 주변환경은 끊임없이 바뀌었고

그렇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방문한 단골가게란 나에게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마음에 드는 가게도 그 자리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옆자리를 지키다가도 떠나갔고

친하게 지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 연락을 하고 지내며


인생에서 고정점, 주춧돌은 오롯이 나 자신이며

그 위에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남편과 아내가 같이 산다는 게 부부에게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안다

생각보다 주말부부가 많고

나 또한 주말부부 경력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유로

각자 타 지역에서 혼자 지낼 때

전화로 사랑과 존재를 호소하고

주말이 너무 짧음을 아쉬워했다


같이 사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 없다

직장에서 휴게시간 포함 노동시간이 9시간이다 보니

새벽에 함께 운동하고

퇴근을 함께하며

저녁밥을 같이 지어먹는 조각난 시간들을 모아도

하루 1/4이 될까 말까이다.


현대인의 사랑의 징표는 시간이 아닐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철하게 떠나버리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시간을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나이가 들면서부터 셈을 하며 관계의 질을 따지기 시작한다


밥 한 번 먹자고 해도

그렇게 가까이 지낼 사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다음에 먹자, 시간이 안된다며 두리뭉실 약속날짜 잡지 않고 넘어가곤 한다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도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데

또 떨어져 산다거나 애를 낳는다면?

나만을 위한 시간은?

친정, 시댁을 위한 시간은?

친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관계의 양보다 관계의 질에 중요하고

현재 나 자신, 그리고 내 옆에 함께 있는 사람이 중요하며

지금 당장 주변인들과 즐겁게 지낼 시간도 부족하기에

쓸데없는 오만과 자존심으로

주변을 괴롭히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


짧은 인생 속에서 함께 웃으며 살 날도 짧은데

굳이 서로를 괴롭히는 힘겨루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상처 주며 살필요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자식에는 어려운 자식과 쉬운 자식 있다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