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어제와 오늘은 실제로 크게 달라진 일이 없는 데도 달력의 숫자 하나 바뀜에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새로워진 마음을 다잡게 된다. 새해에는 힘들었던 사람들의 아픔이 어루만져지는 일들이, 포기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는 일들이 생기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더 이상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새로 거듭난 우리 곁으로 살포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게 된다.
부지런한 움직임이 멈춰지고, 추구하는 마음이 내려놓아지고, 생활을 채우는 온갖 생각과 말과 행위들이 비워졌을 때 나타나는 그 빈 공간에서 글이 나오나 보다. 선물처럼 다가왔던 삶의 쉼표에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매일 부지런히 일도 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챙겨가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이 위대하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인생은 살기 힘들다는 데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하셨던 윤동주 님도 아마 시를 쓸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계시지 않았을까. 창밖으로 비가 속살거리는 밤에 홀홀 혼자 앉아 깨끗이 비운 마음의 펜으로 시를 쓰지 않으셨을까.
아이들로 채워진 일상 속에서 말라비틀어진 논바닥의 갈라진 틈을 찾아 그 속에서 텅 빈 마음을 찾았다. 잠시 틈을 내어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사이로 따스한 빛과 같은 사랑이 쏟아져 들어왔다. 따듯한 온돌방 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와 함께 은은한 만족감이 발다닥부터 가슴까지 퍼져 올라왔다. 무릎을 덮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이불에서 몽글몽글한 행복이 피어올랐다. 코로나 속에서도 계속되는 작은 일상에 대한 환한 감사함이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