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 늘보 Dec 15. 2023

사랑이 끌어당겨오다

명상 수련 후 공항에서 끌어당겨온 사랑의 증거들


지난 글 <수련원의 고양이>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비슷한 것끼리 끌어당긴다는 원리입니다. 보통은 현실 창조의 원리로 이야기합니다. 원하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생생히 이루어진 현실을 상상하면 그 비슷한 주파수의 것들이 끌려오고 내가 원하는 현실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또 예전보다는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시지 않으실까도 생각합니다. 


출처: www.pexels.com


명상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항에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 둘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증거들이 계속해서 끌어당겨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시작은 공항 검색대에서였습니다. 미국 공항의 보안 검색대는 긴장과 분주함이 가득한 곳입니다.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꺼내어 바구니에 넣고, 기내에 반입이 안 되는 100ml 이상의 액체를 꺼내어 처리하고, 신발을 벗어 바구니에 넣어 검색대에 올리느라 모두들 분주하고 예민합니다. 미국의 보안 검색 요원이나 경찰은 무척이나 권위 있게 행동합니다. 다들 덩치도 크고 총기 사고와 흉악범을 다루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분주하고 정신없는 산호세 공항에서 그날의 저는 보안 검색대에서부터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검색대의 줄에 동시에 도착한 남자는 저에게 먼저 가라고 미소를 지으며 양보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줄은 다른 검색대의 줄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었습니다. 금속탐지기를 지나 보안 요원의 앞에 섰는데 30대쯤 되어 보이는 라틴계의 남자가 저를 보고 활짝 웃었습니다. 특별한 일입니다. 보안 검색 요원이 승객을 향해 그런 미소를 짓다니요. 당시에도 미국에서 12년 살았었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일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당시 저의 마음이 온전히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겁니다.  


잠시 후 출발 게이트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제 비행기가 출발하는 게이트 앞에는 자리가 없어 근처의 게이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사람들이 게이트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아마 비행기가 취소가 된 듯했습니다. 취소된 비행기의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창구에 몰려든 것이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의 문의를 처리하고 있는 직원은 40대쯤 되어 보이는, 단정하게 묶은 갈색 머리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의 행동이 더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여성은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언사와 친절한 행동으로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지치고 짜증 난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의를 하는데 여성의 이해심 깊은 반응과 친절한 행동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공감하는 이야기를 건네면서도 빠른 손놀림과 군더더기 없는 행동으로 침착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이 직원 덕분에 순식간에 그곳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었습니다. 짜증과 걱정 가득한 얼굴로 도착했던 사람들이 떠날 때는 미소를 지으며 떠났습니다. 고객 서비스가 엉망인 미국에서 살아보시거나 여행을 자주 가보신 분들을 아실 겁니다. 이게 얼마나 희귀한 장면인지. 그 아름다운 직원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에 커다란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후 안경을 쓴 머리가 희끗한 금발의 여자가 제가 앉아 있던 자리의 바로 뒤에 앉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여자가 통화하는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소리가 온통 사랑의 언어였습니다. 아마 전화기 건너편의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 병상에 있어 위독한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여자가 전화에 대고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듯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도될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축복이자 사랑의 증거였습니다. 말의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말의 에너지에서 진심과 온화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통화를 엿듣는 저의 가슴에도 온화한 사랑이 퍼졌습니다. 


출처: www.pexels.com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였습니다. 옆에 젊은 아가씨가 앉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간단한 눈인사만 하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을 테지만 그날 특별히 열린 마음 때문일까요? 아가씨와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가씨는 메릴랜드에 있는 오빠의 집에 살러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가족은 캘리포니아 씨사이드에 살지만 오빠는 군인이어서 최근 메릴랜드에 배치되었답니다. 오빠에게는 두 살짜리 남자아이가 있는데 오빠가 이혼을 하면서 아이 엄마가 아이를 두고 떠나는 바람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고모인 자신이 가서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조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가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가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스로도 어린 이 아가씨가 보여주는 크나큰 사랑에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저의 입에서 아가씨의 가족을 축복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마치 공항 대기실에서 제 뒤에 앉았던 머리가 희끗했던 아줌마의 입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사랑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가 볼티모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감동적인 사랑 속에서 함께 머물렀습니다. 


마지막 사랑의 증거는 일주일간의 기적 같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볼티모어 공항에서 나타났습니다. 도착 게이트를 나서자 저쪽 멀리에 한 아이가 팔짝팔짝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빠의 오른손을 잡은 큰 아이가 일주일 만에 만나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엄마를 부르며 뛰고 있었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안았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얌전한 작은 아이는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과 감동을 그 작은 몸 안에 꽁꽁 담아두느라 두 눈에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끌어안은 나와 그걸 지켜보는 남편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깊은 사랑이 오고 갔습니다. 빨간 눈을 한 토끼 네 마리가 공항 한구석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듯 얼싸안은 가운데 사랑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없는 사랑이 공항을 가득 채우고 온 세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출처: www.pexels.com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련원의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