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보선생 Jan 12. 2024

정토회를 만나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지난 글 <사랑이 끌어당겨오다>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디야 샨티 명상 수련을 다녀온 직후 며칠간 다시 깊은 평화와 가벼운 즐거움 속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수련원의 고양이가 알려준 대로 이미 그 어떤 황홀한 경험도 지속되지는 않음을 알게 된 저는 황홀한 느낌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수련원의 고양이처럼 나타나면 감사히 즐기고 사라질 때 홀홀 보내주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뭔가 마음 깊이 추구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은근하고 끈질긴 내면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 수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디야 샨티에게서 받아온 수행 방향은 두 가지였습니다.  


"스스로를 믿으세요. 당신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그 무엇을 믿으세요."


"당신에게 지금 드러나 있는 그것,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생활하세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커지게 되어있습니다."


명상 수련을 다녀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 자주 가는 파네라라는 샌드위치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건너 알게 된 후배 한인 대학원생을 마주쳤습니다. 얼굴이 선해 보이는 한인 여성 두 명과 함께 있었는데 모두 정토회 워싱턴 디씨 지부를 다닌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지는 데 문득 이 조우가 우연이 아닌 느낌이 들었습니다.


법륜 스님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유튜브로 상담해 주시는 내용을 종종 듣기도 했었고 한참 전 마음이 확 열리기 몇 달 전에, 남편과 육아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버지니아의 한 한인 성당에 찾아오신 스님께 즉문즉설에서 질문을 드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드렸던 질문은  남편과 육아를 하는 중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남편은 원래 아이를 원치 않았었습니다. 저를 만나 결혼하면서 아이를 원하는 제가 아이가 없어 불행한 것보다는 자기가 아이가 있어서 괴로운 것이 낫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 혼자서는 외로울 테니 둘을 낳자고 해서 그렇게 아들 둘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육아가 시작되니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남편이 너무 힘들어하며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가 많은 겁니다. 당시의 저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데 남편이 불쌍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에서 법륜스님께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나눠주신 법륜스님의 혜안으로 분명한 방향을 잡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의 제 질문과 법륜스님의 답변이 8년도 넘게 지난 지금 아직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스님은 제게 남편의 현재 심리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며 남편을 마치 큰아이처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어떻게 육아를 하던 그것에는 전혀 상관하지 말고 제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중심을 갖고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이 답변을 듣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깊이가 더 헤아려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뚫어보시고 그 어떤 모습이든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만 나올 수 있는 혜안이셨습니다. 당시 스님께서는 이렇게 남편을 보듬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라 하셨지만 사실 저는 이 답변을 듣고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질문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문제를 남편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간단히 제가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셨지 않습니까. 나만 바꾸면 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며 아주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워싱턴 정토회 분들을 파네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그때 저는 예전의 법륜스님과의 대담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며칠 후 저는 집에서 약 30분 거리의 메릴랜드 외곽에 위치한 워싱턴 정토회 지부를 혼자서 찾아갑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워싱턴 디씨지역을 떠나기 전까지 약 2년 남짓 이어진 워싱턴 정토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Jungto USA Google Map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틀을 내려놓기 (Feat. 푸에르토리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