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Jae Shin Nov 20. 2019

#42. 나의 그루밍은

2019.11.20.

입사 후 첫 회식자리에서 받았던 질문이 꽤나 인상 깊었다. “털보씨, 머리 세팅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늘 비슷한 수준의 컬과 동일한 비율의 가르마를 유지한 채 출근하는 내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하긴 대개의 여성들이 헤어를 포함한 메이크업에 1~2시간을 쓴다고 하니, 내 비결이 궁금할 법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답을 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난 헤어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거라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말리고 에센스로 스윽 머리칼을 훑는 게 전부다. 총 소요 시간은 15분 남짓? 설명을 늘어놓고 “반곱슬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니 그제서야 수긍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때는 머리가 곱슬거리는 게 끔찍이도 싫었는데, 날이 갈수록 개이득도 이런 개이득이 없다는 믿음이 강해진다. 주기적으로 커트만 해줘도 추가적인 조치 없이 그럴듯하게 태가 나는 데다가 관리도 수월하니 외관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지하게 남는 장사다. 반곱슬을 물려주신 부모님과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어준 인투헤어의 대표님께 감사한다.

그래도 헤어에 내가 얼마나 돈을 투자하고 있나 심심하니 계산을 해보도록 한다. 머리가 덥수룩해지는 것이 싫어 3~4주 간격으로 커트를 한다. 1회에 18,000원. 눈썹이 짙고 낯빛이 어두운 편이라 염색도 분기별로 한 번은 꼭 하려고 한다. 1회에 70,000원. 그리고 외출 시마다 늘 바르는 에센스는 시세이도의 ‘마쉐리 아쿠아 듀 에너지 EX’로 용량 120g 제품 1개 당 15,000원. 하나 사면 3~4개월은 쓴다. 합해보면 1년에 헤어에 쓰는 돈이 얼추 60만 원가량 된다. 적당한 수준이다. 아닌가? 비교 군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왕왕 듣는다. 일일일팩을 약 5개월간 꾸준히 이어온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다. 한동안은 올리브영에서 가장 싼 1,300원에 2개 들이 마스크팩을 썼는데, 언젠가 온느가 선물해준 뒤부터는 ‘아비브 껌딱지 시트 마스크’에 정착했다. 한 장에 2,000원으로 세일할 때 왕창 사서 냉장고에 쟁여둔다.

세안이나 샤워 후엔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올인원으로 세인트이브스의 바디로션을 바르고 외출할 땐 비오레 아쿠아 리치 워터리 선크림을 사용한다. 바디로션은 회사에서 늘 얻어다 쓰고 있어서 아직도 가격을 모르고, 선크림은 50ml 기준으로 10,000원 정도. 생각날 때마다 닥터지 브라이트닝 필링 젤로 필링을 한다. 격주 1회쯤 되는 것 같다. 120g에 7,000원쯤. 1년은 넘게 가는 듯하다. 아, 집에서 세안할 땐 메이크프렘 세이프 미 릴리프 모이스처 클렌징 폼을 쓴다. 150g에 9,000원, 7개월은 버티는 듯.

그리고 회사에서는 점심식사 후 양치를 하면서 꼭 세안을 한다. 그리고 물을 휴지나 수건으로 닦지 않고 자연 건조를 시킨 뒤 수분크림을 바른다. 일종의 루틴이랄까. 원래 피지오겔을 애용했는데 얼마 전 온느의 추천으로 시드물 마다가스카르 리얼 수분크림으로 갈아탔다. 80g에 25,000원, 역시 반년은 쓴다. 이렇게 피부에 쓰는 돈은 어림잡아 한 해에 80만 원 선. 적당한가? 많은가? 이번에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들인 공에 비해 내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느낌이 있으니 이 페이스는 계속해서 이어갈 요량이다. 누군가에겐 아재가 되기를 거부하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손놓고 아재의 길을 넙죽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진은 창엽군이 찍어준 용꼉웨딩 사회 볼 때. 멋진 사진 고맙다 창엽아! 끝.


매거진의 이전글 #40. 하느님, 가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