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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Jan 08. 2020

#59. 나에게는 덤덤하게 남에게는 유난스럽게

2020.01.06.

오른쪽 엄지를 자꾸만 만지작거리게 된다. 가로로 제법 길게 그어진 자국의 이물감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매형의 생일을 맞아 가족 식사를 했는데 기념 선물로  와인을 따다  곳이다. 상처가  깊었는데 이제 통증은 전혀 없고 살도 붙어서  아물고 있다. 딱히 흉터가   같지도 않다. 다행이다.

손이 베인 것을 확인한 누나는 조카들에게 “삼촌  난대, 반창고 붙여주자!” 외쳤다. 놀이를 하자는  경쾌한 외침이었다. 예린이와 도준이는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상처를 구경하고 서로 자기가 반창고를 붙이겠다고 난리였다. 축제라도 열린  둘은 흥분 상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평생 피를  일이 몇이나 되겠는가 싶어 이해가 갔다.

결국 예린이가 감아준 노란색 반창고에는 낯익은 캐릭터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문에도 붙어있는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 주인공들인 쥬쥬와 릴리, 로사 그리고 아이린이다. 쥬쥬는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 동화나라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봉인을 푸는 방법은 비밀의 꽃을 모두 모으는 것이고, 비밀의 꽃은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피어난다. 어쩌면 조카들은  손에 반창고를 붙이는 일을 하나의 미션으로 여겼을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어떡해!” “내가 해줄래!”하며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회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며칠이면 흔적조차 남지 않고 기억에서도 사라질 이까짓 생채기에  난리였다니. 물론 나보다는 ‘반창고를 직접 붙이는 행위 주된 관심사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크기와 관계없이 스스로의 아픔에는 덤덤하고 타인의 아픔에는 유난스러운  여러모로 낫지 않겠나,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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