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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Jan 13. 2020

#61. 명곡 판정단이어라

2020.01.10.

음악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다. 슈스케, 프듀, 쇼미 그리고 고등래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나가수초창기  잠깐, ‘비긴어게인 시즌1’ 절반 정도가 그간 시청한 음악 프로그램의 전부다. 특히 여러 명의 가수들이 나와 연이어 노래를 부르고, 다른 출연진들이 무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는 형태는 정말로  취향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방송도 오직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른 요소들을 감내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마저도 스킵 신공이 있어 그나마 버텼달까.

반면 아버지는 음악 프로그램 애호가다.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출근하던  유년 시절에도 ‘전국 노래자랑본방은 어떻게든 사수하고 출근을 했고, 월요일 밤에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가요무대 엔딩을  뒤에야 잠자리에 든다. 토요일 저녁은  ‘불후의 명곡 함께, ‘미스 트롯 이어 최근 시작한 ‘미스터 트롯 빼놓지 않는다.

평소 마롱이와 조카에게가 아니면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그가 TV 앞에서 박장대소하고 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익숙하다가도 종종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무엇인지를 알게    수확이다. 좀처럼 원하는 바를 털어놓지 않는 그를 흡족하게 만들  있는 일종의 필살 효도법을 익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오늘도 그의 활짝  얼굴을   있었다. KBS에서 걸려  전화 덕분이다. 며칠  회사에서 짬이  ‘불후의 명곡방청을 신청했는데 당첨이  것이다. 이런 쪽으로 운이 별로 없는 편인데, 운이 없다기 보다는 시도 자체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엔 운이  손을 들어주었다. 방청권을 대리 수령하기 위해서는 신청자의 신분증과 양도받는 자의 신분증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를 필히 지참해야 한다는 KBS 직원분의 신신당부도 잊지 않고 전했다.

아버지와 엄마가 모두 명곡 판정단으로써 객석에 앉기 위해서는 이외에도 해결해야  과제들이 있었다. 현재  분이 조카들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터라 오후 동안 그들을 케어할 사람이 필요했다. 출연진을 보고 결정하자는 엄마의 제안에 홈페이지를 뒤져보았지만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결국 아버지 혼자 다녀오시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누나도 본인이 오후 반차를  테니   다녀오시라고 했지만 엄마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반전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 엄마의 만류를 무릅쓰고 누나는 반차를 냈다. 티켓 배부 시작인 3시에 맞춰 아버지가 먼저 여의도에 도착해 자리를 확보했고, 엄마는 일찍 퇴근한 매형에게 아이들을 인수인계한  KBS 공개홀로 향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 송가인이 나온단다.” 대박이다. 부디 즐거운 감상 되시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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