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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Feb 03. 2020

#67. What a wonder

2020.01.31.

사진 하나가 도착했다. 몰라볼 정도로 훌쩍 키가 커버린 아이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고등학교 등교 첫날을 기념해 친구와 찍은 사진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알던  아이가 맞다.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운 듯하지만 개구진 눈웃음과 깊은 눈동자를 가진  동생, 샤나다.

샤나는 막내 고모의 딸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녀가 호주로 건너가기 전까지 십여 년을  집에서 살았다. 그녀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했는데 어느 날부터 영어를 공부하더니 혈혈단신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배우자가  카시를 만났다.  사이에서 태어난  바로  동생, 샤나다.

모든 추억들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들은 있게 마련이고, 샤나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하나다. 2012, 2014 그리고 2015년에 각각 샤나는 한국에서   달여를 보냈다.  번의 ,  번의 여름,  번의 겨울이었고 나는 당시 대학생, 백수, 회사원이었다. 내가 달라진 만큼 샤나도 해를 거듭하며 달려졌던 것이 느껴져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2012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갓난아기일  보았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으로 마주한 셈이었는데, 곤충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녀를 위해 나는 매일 아침 뒷산에 올랐다. 유튜브로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곤충 100’ 같은 영상을 틀고 한참을 시청했다. 아직 많이 어렸던 터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숨바꼭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나름의 교감을 했더랬다.

2014 여름은 샤나와 내가 맞는  번째 여름이었다.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었다. 그새 말이 부쩍  샤나는 요구 사항도 늘었다. 그래서  귀여웠다. 피자를 좋아한다는 한마디에 “오빠랑 똑같군!” 뿌듯해하며 당시 즐겨 찾던 피자집에 데려갔고, 내친김에 근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샤나에게 인생  팥빙수를 선사했다.  편으로 해가 넘어가는  바라보며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날 저녁, 이런 생각도 했었다. 내가 백수라서 다행이다.

호주로 돌아간 샤나가 풀이 죽어 있길래 고모가 피자를 먹겠느냐 물어보니 “오빠도 같이?”라고 되물었다고, 다른 사람은  보고 싶은데 오빠는 보고 싶다 그랬다고, 근데 부끄러우니까 이건 비밀로 하랬다는 고모의 메시지에 한동안 연인과 이별한 마냥 가슴이 시렸었지. 공항에 굳이 배웅을 안가겠노라 버티고 다른 가족들만 보내고 청소기를 돌리던 날도 그랬었는데, .

  뒤의 겨울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진 못했다. 야근이 잦았던 터라 거의 얼굴도 못보고 흘려보낸 날도 여럿이다. 하지만 늦은  차를 끌고 루프탑 까페에 가서 서울의 야경을 보여준 , 치킨을 나눠 먹기 위해   시가 넘도록 쫄쫄 굶으며  기다려준 샤나를 위해 팀장님께 애걸복걸 끝에 퇴근  마침내 닭다리로 건배했던   돌아보면 반짝이는 순간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내가 최고로 치는 기억은 이것이다. 나는 샤나에게 “인생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보여줄게!”라고 선언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깜깜한 , 성수동 젤라또 가게로 향하던  , 조수석에 앉은 샤나에게 농담을  섞어서 “세상에서 제일 힘이   뭘까? 그건 바로 음악이야!”하며 오아시스의 ‘Wonderwall’ 크게 틀었다. 샤나는 곧장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하면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곤 제목을 물었다. 잊을  없는 모습이다.

벌써    햇수로 5년이 되었다. 샤나의 중학생 시절을 아예  봤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있었을 텐데, 전적으로  잘못이다. 올해는   있을까. 하루빨리 만나서 서로의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확인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힘이   무어라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 내가 너를 잊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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