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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Mar 04. 2020

#74. 아무튼 내가 맞음

2020.02.28.

왕자와 삼청동 카페에서 알바를  때다. 당시 우리는 각각 스물아홉, 스물일곱의 나이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걸터앉아  의미 없이 셀카를 찍었고 역시나  의미 없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포스팅했다. 둘이 합쳐  여섯, 이라는 코멘트를 붙인 채로. 그때부터다. 왕자, 선라이즈, 희창(그는  ‘신변  것이다) 찍은 사진을 올릴   우리 ,  혹은 넷의 나이를 더한 숫자를 적기 시작한 것이.

처음 만났을  넷이 합쳐 83이었다. 이번에 아주 오랜만에 모두가 모여서 세어보니 139라는 숫자가 되었다.  수가 너무 커서 새삼 깜짝 놀랐다. 두어 번을 다시 계산해보았지만 결괏값엔 변함이 없었다. 두당 14년이니, 14 4 곱하면 56 된다. 그렇게 우리는 83   배에 달하는 139 만들었다. 기적의 수학자의 논리를 빌려온다면 우리는 56년이라는 세월을 공유해온 것이다.

우스개로 적은 말이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구석이 있다. 개인이 홀로 지나온 시간은 시계와 달력이 지정하는  그만큼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어왔다면 그건  사람의 몫으로 계산될 것이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를 혼자 봤다면  영화에 소요된 시간은 2시간이다. 다른  명의 일행이 있었다면  소요 시간은 4시간이다. 나의 2시간과 너의 2시간이 같은 순간, 같은 곳에 투여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14 동안 일분일초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꾸준하게 연결이 되어왔고, 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넷이 합쳐 139’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꽤나 근사하고 뿌듯한 말이다.

간만에 뭉친 우리가  여덟 시간 동안 이어진 자리에서 가장 많이 시간과 체력을 할애한 , 항상 그래왔듯,  가지 논쟁이다. 하나는 동네의 모든 편의점과 마트를 털어 구입한 매화수 26병을 당시  자취방에서 먹었던 날에 대한 논쟁이다. 분명히 나도 그때 술을 마셨는데, 못해도 26  3병은 마셨는데, 그들은 이를 부정한다. 분명히, 분명히 종이컵에 가득한  누리끼리한 액체를 종이컵이 흐물흐물해지도록 삼킨 기억이 있는데, 그들은 이를 부정한다.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다음은 희창의 선라이즈에 대한 코멘트 진위 여부다. 똑똑히 기억한다. 희창이 100% 농담으로, 누가 보아도 그게 순수하고 악의 없고 절친함을 방증하는 농담으로 이렇게 말을 했다. “선라이즈가  동생이었으면   때렸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몇몇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희창은 이를 부정한다. 온갖 기묘한 논리를 동원해 이를 부정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너는  말을 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아무튼, 날이 갈수록 시간이라는 자원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썼느냐가 그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최후의 증거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 저게 뭐라고 열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만큼 진실은 소중하다. 아무튼 내가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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