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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Mar 06. 2020

#75. 서울이라는 길

2020.03.06.

서울이라는 

서울역으로 회사를 다닌 지도 어느덧  년이 넘었다. 그간  동료들과 “을지로에 있을 때가 좋았지하고 말을 나누었는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교통편도 주변 환경도 입주한 건물의 상태도  을지로 때가 나았다. 주변이 힙지로가 되는 바람에 얼결에 핫하고 힙한 공간들을 들락날락하고 퇴근  우르르 몰려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날도 많았는데, 지난   사이엔 그런 날은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하나는 밤이든 낮이든 서울로를 걷는 것이다.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한다기보다는 만리동으로 넘어갈  펼쳐지는 서울역 주변의 풍경을 흘긋거리며 걷는다. 간혹 서울스퀘어에 재미있는 조명이 떠오르거나 서울역  역사를 조금  자세히 보고 싶을  잠시 발길을 멈추는 정도다. 그리 오랜 시간을 투여하지 않아도   정도만으로 제법 ‘서울 느낀 기분이다.

농담  진담 반으로 어디 가면 “ 서울 사람입니다하면서 서울 토박이 행세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챈다. 꽤나 그럴듯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부산인으로서   있는 적당히 유용한 농담이다.

반면에 스무 살부터 서울에 살게   진지하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하나다. 가장 중요한 선택들 중에서도 아마 가장 중요한 선택일 것이다. 인생의 분명한 반환점 혹은 전환점이랄까. 무엇이  좋고 나쁜지 가치 판단은 차치하고, 만약 고향을 떠나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매우 높은 확률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쉬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향이 그리웠던 적은 거의 없다. 이게 진짜로 그립지 않아서 그립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애써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전자에 가깝다고 믿는 편이지만, 이것 역시 나로서는 어떻게든 현재를  살아나가야 하기에 그렇게 믿기로 마음먹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서울이 좋고, 가능한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고 싶다. 이십  중반쯤엔 인적 드문 일본의 시골 해변 마을로 도피하는 꿈도 종종 꿨었는데 이젠 전혀. 매일 매일 인파에 치이고 교통 체증에 질식할뻔하고 어이없는 물가에 고개를 떨궈도, 그래도 여기가  집이다.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함께  쉬는  터전이다. 그러니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울을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라고 한다. 새는 까치.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존재들이다. 이곳에 사는 동안 반가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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