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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Sep 17. 2020

#80. Fantastic leader is here

2020.09.17

2013 9 3일의 희열이 떠오른다.

당시 독일 국가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이자 라리가에서 이니에스타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던 외질이 아스날의 일원이 되었던 .

이게 꿈인지 생신지, 맨날천날 레전드들을 주장들을  팀에 빼앗기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쩌리들과 검증 안된 유망주들만 수집하던 팀이 어찌 이런 훌륭한 일을 해내었는가, 흥분을 삭히지 못하고 카톡 프사도 바꾸고 페이스북에도 여러 차례 글을 올렸던 . 새벽까지 이적 비화와 외신을 훑고 커뮤니티의  글들을 하나하나 정독하면서도 졸린 줄을 몰랐던 .

그땐 그토록 축구를, 아니 그보단 아스날이라는 클럽을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 축구 중계를 챙겨보는  멈췄는지, 경기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게  순간은 언제인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 외질 영입과 같이 빛나는 순간은 잠시, 갈수록 성적은 나빠져만 가고 미래는 암울해져만 가고 동시에  개인사도 이래저래 바빠지고. 그렇게 축구라는 존재를 아예 잊고  지도 어언  년이냐, 못해도  년은   같네.

그랬던 내가 요즘 다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 덕분이다.

그는 위대한 벵거의 초라한 말년에 그나마의 체면을 유지할  있도록 지탱해  존재다. 그간 해왔던 역할은 아니지만 자신이    있고 팀에도  필요한 역할을 필드 위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라커룸에서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팀이 와해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2016 5 15 은퇴의 날까지 주장 완장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선수 유니폼을 벗은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It’s been a huge honour, a privilege, and I can only promise that I’ve done my best.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이보다 와닿을  있을까. 그가 스스로 뱉은 바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똑똑히 목격했었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있었다. 내가 축구로부터 아주 등을 돌리게  시점이 어쩌면 그의 은퇴 즈음인 것도 같다. 하긴, 그가 떠난 뒤로 팀이 아주 개박살이 났으니까.

반면 그는 곧장 코치의 길을 걸으며 선수 시절 보다 훨씬  승승장구했다. 이따금 그의 소식을 듣고는 했는데 대부분 영광스러운 그에 대한 칭찬, 그와 그가 속한 팀의 성취에 대한 소식이었다. 물론  이상 그의 직장은 아스날 FC 아니었지만.

그랬던 그가 작년 12 20,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연소로 감독직을 꿰찼다. 런던의 주인, 아스날의 감독직이다. 언제부터 아스날이 런던의 주인이었냐고? 반박은 거절한다. 런던이 아스날, 아스날이  런던이다.

아직  년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전적으로 믿기로 했다. 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감독으로서도 약속을 지킬 것인지 앞으로 진득하게, 묵묵하게 지켜볼 요량이다. 그가 구현하는 축구를, 그가 이끄는 아스날을 보는  즐거워서다.

무엇보다 그가 은퇴 경기  최선을 다했다는  이외에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기 때문이다. 예언을 실현하러 그가 왔다.

Hopefully the new generation will be better than us and will become fantastic leaders and heroe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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