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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Dec 13. 2020

#88. 데뷔곡의 주인공은 ‘팔찌’

2020.12.12.

지난 화요일, 작사유치원 여섯 주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나의 가사에 선생님이 붙여준 음악, 멜로디로 데뷔곡을 완성한 총 여섯 명의 수강생이 한자리에 모였고, 차례차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다. 유희왕이 찍어 준 영상을 보면 작품 소개부터 완창까지 6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동안이었지만, 한두 시간은 거뜬하던 공개방송 보다 훨씬 더 긴장됐다. 나름 덤덤하게 담백하게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돌려 보니 첫인사부터가 염소 바이브레이션이다. 그래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조카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날이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혹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노래하던 떨림도, 조카와의 기억도 모두 다.

제목: 팔찌

책상 위 가만히 놓여있던
알록달록한 팔찌를 물끄러미 보았어

미술학원 수업 때 만들었니
피식 웃고서 나의 손목에 채웠어

네게 내미는 내 손목을 보곤
“내 거야!” 부리는 심통마저 해사했지

너는 다 잊었고 금세 돌아섰지만
그 모습 또한 선명하겠지
나를 기억해 주겠니, 조금은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던 날
전철 역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겨울왕국 엘사 옷을 입고서
달려온 너는 삼촌하고 날 불렀어

네게 내미는 내 손을 잡고서
“어디 갔어?” 묻는 핀잔조차 기꺼웠지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구나
잃은 줄 알았는데 너 벌써

어쩌면 이렇게 천천하게 오래도록 그래
남겨져 있을지도 몰라 몰라
네 맘 한켠 머무를 자리가 있을지 몰라

나를 기억해 주겠지, 조금은
나를 떠올려주겠지,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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