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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Apr 26. 2022

Hello World!

2022.04.22

골프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사위와 함께 필드를 나가는 것이 소원인 장인어른의 염원도 이뤄드릴  오래오래 지속할 취미도 만들 ,    전에 야심차게 연습장에 등록했다. 일시불로 거금을 긁으며 최소  5 이상 맹렬하게 연습해 꽃이 만발한 5월엔 필드 데뷔를 하겠노라 다짐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퍼팅을 배우는데 공도 정면으로 잘 가고 30m 거리에서 홀 컵에 한 번에 공도 넣고 그랬다. 선천적 유연성 결핍 탓에 몸으로 하는 건 웬만하면 다, 특히 동그란 걸 갖고 하는 건 거진 젬병인 나로선 생소한 희열이었다. 나 진짜 재능이 있는 건가?


그간 골프를 권하던 이들이 건네던 말들이 떠올랐다. 턱걸이만큼만 꾸준히 하면 금방 늘 거다, 골프는 키가 작은 사람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체형이 딱 골프 잘 칠 체형이다 등등. 평생 양파만 해도 좋으니 “키가 너무 커서 골프에 부적합” 소리를 들어보고 싶지만, 어쨌든 여러 대사들이 머리를 스치며 열의를 북돋아주었다. 그러나,


갈수록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팔은 자꾸만 굽고 골반은 안 돌아가고 몸은 기울고. 홧김에 있는 힘껏 휘둘러봐도 턱턱 땅땅, 턱도 없이 땅만 쳐댔다. 반팔 티 반바지에 선풍기를 강으로 놓아도 속에서 끊는 천불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발길을 끊던 차… 결혼 후 첫 생일을 맞은 처가행이 결정되었다


1박 2일의 대구 나들이는 골프 특훈에 다름 아니었다. 짐을 풀자마자 곧장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해 18홀을, 당연히 나는 올 양파, 돌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스윙 연습기로 자세를 교정 받았고, 다음 날 아침에도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채로 팔을 휘둘렀다. 감탄했던 부분은 장인어른의 강의력. 그렇지 그렇지, 아니지 아니지, 잘하고 있다, 캬- 아깝다 등 추임새와 감탄사를 연발하시면서도 아주 알아듣기 쉽게 쏙쏙 요점을 집어주셨다. 그걸 제대로 이행했느냐와는 별개로.


어제는 일부러 말을 안 했는데, 신서방 가르쳐보니 소질이 있다. 금방 늘겠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 식사 자리에서도 스승님의 격려는 이어졌다. 그리고 몇 번 쓰지도 않으셨다는 스윙 연습기도 기꺼이 가져가라 하셨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새로이 각오를 다져다. 그러나,


연습장으로 향하는 길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나마 유튜브로 시청각 학습이라도 하고 있음에 위안을 얻는다. 오늘 점심땐 우연히 강호동 골프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와우. 역시 어떤 분야의 탑을 찍어 본 사람은 다르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그의 인상적인 대사 하나.


프로는 상상하는 대로 되고, 아마추어는 걱정하는 대로 된다.


멋진 말이다.  무엇에서도 프로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멋진 말이다. 그러니 뒤땅  걱정하지 말고 우아하고 호쾌한 스윙을 상상하며 힘을 내보자.  걸음으로, 뻐꾸기 골프를 끄고 타이거 우즈 베스트  모음을 켰다. 낫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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