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2013년 겨울에 쓴 글을, 다시 고쳐 쓰다.

by SeungJae Shin

<키즈리턴>의 두 주인공처럼 자전거에 올라 이름 모를 초등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았던 적이 있다. 자전거를 새로 산 친구가 아직 로드바이크에 익숙지 못해 연습차 들른 것이었다. 공휴일이어서 그랬는지 학교 자체가 나른해 보였다. 졸린 고양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달까. 몇몇 아이들이 담쟁이덩굴을 파헤치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을 뿐, 공터에는 두 대의 자전거와 두 명의 수염 난 사내만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새벽의 한산한 수영장 레인을 느긋하게 가로지르듯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아주 천천히 페달을 밟아나갔다. 내 어림이 맞는다면 그곳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반만 한 크기에 불과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곳에서 "여기 참 넓구나"란 기분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다. 거리낄 것이 없어 그랬을 테지, 아마.


유년의 기억 대부분을 품고 있는 모교에 가는 일은 꽤나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겐 그게 그리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 고등학생이 되어서, 대학생이 되어서도 옛 학교를 우연찮게 가 봤지만 그다지 깊은 감흥을 느끼진 못했었다. 더 나이를 먹으면 다르려나, 잘 모르겠다.


그래도 6년 전 여름 고향인 '부산'을 최초로 '여행'했던 적이 있는데, 초 3 시절 단 1년만을 함께한 학교에 간 일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꼭 가봐야지' 별렀던 곳을 무려 17년만에 걸음했던 것. 여러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그곳은 기억 속 잔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뛰놀던 학교, 살았던 동네, 초파일이면 길가에 줄지은 연등을 따라 가족들과 손을 잡고 올랐던 뒷산의 절도 모두 그대로였다.


유년의 발자취를 더듬는 느낌. 길을 걸으며 나는 "할머니는 늘 이 바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셨어", "이 코너를 돌면 계단처럼 굽이진 도로가 나올 거야", "이 빵집에서 파는 노란 크림빵이 진짜 맛있었는데"와 같은 말을 쉼없이 쏟아냈고, 낯익은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땀을 식혔다.


언제쯤 다시 그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한동안은 부러 찾아가진 말아야지. 재방문은 17년이라는 시간이 또 한 번 흐르고 나면, 그러니까 내가 마흔일곱이 되었을 때로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그때도 그곳이 여전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아마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