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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Sep 05. 2019

#7. 일기에 관한 일곱가지 법칙

2019.09.05.

일주일 째다. 일곱 번째다. 비록, 고작, 겨우, 기껏해야와 같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의 숫자 7에게 허락된 수식어는 단 하나, ‘무려’뿐이다. 달 하나에 일기와 불 하나에 일기, 물 하나에 일기와 나무 하나에 일기 그리고 쇠와 흙과 해에 일기, 일기, 일기. 일곱 빛깔 무지개도 나를 축하하기 위해 떴다. 이를 기념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의 삶을 돌아본다.


하나, 평소보다 사진을 자주 찍게 된다는 것이다. 일기를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고 있는데, 브런치는 상관없지만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쓰고자 하는 일기의 내용과 어울리는 사진을 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인상적이거나 재미있는 모습이 있으면 휴대전화를 꺼내 틈틈이 촬영을 해둔다.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까닭이다.


둘, 메모를 하게 된다.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글감이 떠오르면 얼른 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주로 단어나 하나의 문장으로 기록하는 편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어제의 일기였는데, 그건 ‘그는 간주점프를 하지 않는다’라는 한 줄이 씨앗이 되어주었다.


셋, 살아있다는 감각이 조금 더 강해졌다. 원래라면 흘러 넘겼을 단상이나 스쳐보냈을 풍경들에 눈과 귀를 갖다 대기 때문이리라. 이전까지 절반쯤 졸고 있는 상태였다면 요즘은 그보다 배 정도는 각성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넷, 깊은 잠에 들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시간에 일기를 쓰고 나면 마치 격렬한 운동을 한 뒤처럼 심신이 고양되어 있다. 마무리 짓고 침대에 누워도 일기를 쓰면서 했던 생각들과 내가 쓴 활자들이 머릿속을 쉬이 떠나지 않는다. 적응이 되면 괜찮아지리라 믿기로 한다. 부디, 제발.


다섯, 피곤하다. 특히나 어제처럼 술을 진탕 마시고 새벽에 귀가한 날 일기를 쓰는 것은 거의 극기 수준이다. 그래도 매일 쓰기로 다짐했으니까, 그걸 지켜냈음에 위안을 삼는다.


여섯, 뿌듯하다. 매일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엄청난 동력이 된다. 이건 온전히 내 것이니까, 먼 훗날 이것들이 내가 정말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나를 알고 나와 가까운 이들이 내 글을 읽어 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때도 더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감사합니다, 들.


일곱,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욕심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얻어걸릴 날이 오겠거니 하며 여유를 가지려 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여기에 투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늘고 길게 가야 하니까. 그래서 아래의 규칙을 만들었다.


1. 금, 토는 쉰다.

2. 휴가를 갔을 때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등 휴식이 필요할 땐 주저 없이 쉰다.

3. 이외에도 내가 쉬고 싶으면 예고 없이 그냥 쉰다.

4. 일기 쓰기에 투여하는 시간을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5. 퇴고는 먼 훗날로 미뤄둔다. 당일엔 맞춤법 검사기만 돌리고 바로 게시한다.

6. 분량을 신경 쓰지 않는다. 적정 분량이란 없다.

7. 최대한 즐거운 마음 상태를 유지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내일은 쉰다. 모레도 쉰다. 기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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