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미야지마 여행, 당일치기 2
로손 편의점 냉장코너에서 까르보나라를 집어 들었다. 몇 해 전, 일본 여행에서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먹은 편의점 까르보나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그 경험이 일본 편의점은 다르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고, ‘믿고 먹을 수 있음’ 인증마크를 생성했다.
내가 고른 ‘소스 가득 까르보나라’는 소스가 진하게 들어간 파스타였다. 샛노란 색감이 주는 기대감이 상당했다. 체다치즈가 사르르 녹아내린 듯, 짭조름하면서 담백할 것 같았다. 콜라와 함께 결제했다.
편의점 2층으로 올라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테이블이 쪼르륵 줄지어 있다. 각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배터리 급할 때 용이해 보였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따끈한 파스타를 돌돌 말아 한 입 물었다. 짭조름할 것이라 기대했던 맛에는 반전이 있었다.
벌칙에 가까운 느끼함.
편의점 까르보나라는 실패한 면요리 1위로 실시간 순위를 갈아치웠다. 콜라가 아니었음 반도 못 먹었을 느글거림. 입 짧아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런 방식은 아니지요...
미야지마에는 도리이만 있는 게 아니다.
전망 좋은 카페들도 있다. 특히 내가 방문한 카페는 사장님의 위치 선정이 탁월했다.
구불구불 돌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자 카페가 나타났다. 주문하고 곧장 테라스로 나갔다. 미야지마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5층 석탑이 첨탑처럼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다. 바다 위로 페리가 유유히 지나갔다. 며칠째 구름에 갇혀 있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걷혔다. 시야가 탁 트였다.
점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줬다. 미야지마를 배경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돌사진을 잔뜩 찍었다.
전망, 그늘, 산들바람 모든 게 완벽했다. 땀 흘리고 먹는 시원한 아메리카노까지.
미야지마를 대표하는 간식 중 하나인 모미지 만주.
건네받은 만주는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져 꼬치에 꽂혀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어서 조심스레 베어 물었다. 곱게 갈린 팥앙금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모미지 만주는 신뢰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제 맛집 앞에는 모미지 만주 아이콘을 붙여야 한다. 치즈 만주도 받들기로 했다. 하지만 마감시간에 찾아서일까 식은 만주를 받았다. 모차렐라 치즈는 굳어 있었다. 만주를 향해 뛰던 내 심장도 차갑게 굳었다.
오후 6시, 미야지마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페리 타고, 히로덴 타고, 히로시마로 돌아가서 숙소에 맡겨 둔 짐 찾고, 기차 타고 1시간 반 달려서 항구마을 오노미치에 가면 된다.
오노미치에 도착하면 10시가 넘겠는 걸? 까딱하다 기차 놓치면 1시간 연장되는 이벤트도 있다니 서둘러야겠다!
…흐려지는 정신에 카페인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