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노미치 : 행복의 가격

여자 혼자 오노미치 여행기 Day3

by 레이다


귀여워 죽겠대


오전, 우산을 쓰고 사이코쿠지 절을 방문했다.

이 장소의 특이점은 인왕문 양쪽에 거대한 짚신이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언덕이 많은 오노미치에서 다리가 건강하길 기원하는 의미라고.


삼층탑을 보기 위해 108계단을 올랐다. 평소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더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달달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밀조밀한 오노미치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숙소 창문 너머로 콩알만 했던 대교가 여기선 늠름했다.



사이코쿠지 절 인왕문 / 대왕 짚신


108계단과 뒤로 보이는 삼층탑



비가 와서일까, 절 내부에 인적이 없었다. 우산 위로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이제 그만 내려가려는데, 마른 체형의 남자가 다가왔다.


손짓을 보니 좌측으로 내려가라는 것 같고, 말은… 알아듣지 못하겠다. 내가 좌측통행을 하지 않아 나무라는 것 같진 않았다. 그의 태도가 무척 공손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말에서 내가 알아들은 건, “키오 츠케테구다사이” 뿐이었다.


“뭐더라? 분명 들어 봤는데.”

“키오 츠케테… 귀여츠… 귀여워 죽겠대?”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난데없이 쇼츠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남자는 감동적인 잘생김과 문짝만 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귀여워 죽겠대!”를 수줍게 외쳤고, 깜찍한 포즈로 지축을 흔들며 달아났다. 짧은 영상이지만 갭 모에의 매력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서 단어의 뜻이 번뜩 떠올랐다.


“조심하세요!”



비오는 오노미치 시내와 혼도리 내부 풍경



행복의 가격


비를 맞으며 한참을 걸었더니, 바지가 무릎까지 젖어버렸다. 물을 잔뜩 머금고 무거워진 바지가 쉽게 마를 것 같지 않았다.

‘그냥 갈아입고 나오자.’


띠로롱.


숙소에 도착해 에어컨부터 틀었다. 씻고 나오니 습한 외부와 달리, 뽀송하고 쾌적했다. 침대를 보자 드러눕고 싶었다. 에이, 오늘 오노미치 마지막 날인데?


드러누웠다.

‘…30분만 자고 일어나야지.’


2시간을 푹 잤다.

다행이다... 다음날 깬 건 아니라서.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10월의 일본은 낮이 짧다. 해가 지면 오노미치의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서둘러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노미치 쇼와 라멘집



도착한 곳은 아기자기한 외관의 라멘집. 오노미치는 라멘으로 유명한 도시다. 내가 묵는 호텔 레스토랑도, 호텔 바로 옆 단층 건물도, 그 옆집도 모두 이름난 라멘집이다.


앞서 온 두 사람 뒤로 줄을 섰다. 그들은 자판기에서 동일한 메뉴를 주문했다. 베스트 메뉴인가 싶어 따라 주문했다. 곧 라멘과 아담한 볶음밥이 쟁반에 담겨 나왔다.


일본에 있는 며칠 동안 간장베이스 음식만 먹다 보니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하지만 라멘의 도시에서 시도 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라멘과 볶음밥을 한 입 씩 먹었다. 입안에 퍼지는 찌릿한 짭짤함. 간장베이스의 향연에 감개한 눈이 짠물을 뽑아냈다.



쇼와 라멘의 라멘+볶음밥 세트



‘…단맛.’


짠맛에 실성한 뇌가 단맛을 먹으라 지시했다. 입가심이 필요했다. 달달한 디저트가 미치도록 당겼다.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 카라사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바닐라 모나카를 매일 사 먹었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덥다는 이유로, 곧 문 닫는다는 이유로. 성실하게 먹어치웠다.


바닐라 모나카는 배신하는 법이 없었다. 늘 100% 만족을 선사하는, 180엔에 행복을 살 수 있는 장소였다.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창문 너머 비오는 해변가


맑은 날의 카라사와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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