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oo가능성

로컬을 좋아하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누군가의 생각

by 다채롭게



Episode 6. 로컬브랜드의 지속가능성



2025년이 되자마자 두 달 사이에 지역의 디저트 가게가 세 곳이나 문을 닫았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품질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짧은 인사말 속에는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 동네에서 좋아하는 곳들이 문을 닫는 걸 보니 정말 불황이 맞나 싶었다. 다행인지 두 곳은 지역을 옮기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가 이용하기는 어려워졌으니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이든, 상권으로서 더 가치가 높은 곳을 찾든, 지역을 떠나는 상점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복잡한 감정이 든다.


처음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임대료와 끝도 모르고 오르는 부동산 가치를 내세우는 건물주의 욕심만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게 잘못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 주장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니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쫓겨난 것이 아니라 해도 지역을 떠나는 상점과 로컬브랜드와의 차이점을 통해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왜 건물주와 지역민들은 그들을 '지역 자원'이 아닌 '돈'으로 봤을까?



동네에서 잘 나가는 그 브랜드는 어떤 속성이 더 강한가요?

지역자원 vs 돈(=소비)과 가십


좋은 제품과 나름대로 쌓인 인지도를 믿고, 브랜딩을 통해 성장하고자 더 넓은 시장 기회를 찾아 나서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역을 기준으로 관점을 바꿔보면 지역민은 고객으로서 소비하고 지불하는 역할 외에는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높아진 브랜드 가치에 비해 이 동네가 고객가치로서 충분하지 않다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역을 옮기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게 지역을 떠난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민에게서 자연히 잊힌다. 이후 브랜딩과 대량화를 통해 유통에 성공하면 지역민에게는 오리지널로서 다시 회자될 것이고, 실패하면 인지도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루머까지 따라붙는다. 나와 일면식도 없고 관계도 없는 셀럽에 대한 '가십'같은 것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도 로컬에 머무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우리가 잘 아는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향토기업으로서 타지로 확장하는 것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로컬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원동력을 갖게 되는데,


향토기업이다 보니 사세를 확장할수록 지역민 고용이 늘어나고

동네빵집이 더 많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성심당 출신의 제빵사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편이며 (실제로 대전에서 동네 맛있는 빵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성심당과 비슷한 메뉴와 레시피의 빵이 많다. 성심당은 레시피도 공개하고, 자체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최근에는 지역 대학과 산학연을 맺었다.)

특정 딸기 디저트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논산에 딸기를 공급받을 전용 밭을 계약하거나

성심당의 구매 영수증을 활용해 인근의 상점의 할인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방문을 유도해 상생을 도모하는

성심당이 위치한 원도심으로 관광객 등이 몰리면서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는


등 지역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선보이면서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민에게도 자랑스러운 브랜드가 되었다. 타지 사람들에게 유명해져서가 아니라, 잘 될수록 지역에 도움 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브랜딩이 잘 된 동네 상점과 로컬브랜드의 차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사랑받은), 지역에 오래 머무는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 헤리티지가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하기 위해 지역을 떠날 것인지, 지역에 남아서 지속가능함을 얻을 것인지는 결정하는 사람의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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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성심당 딸기시루 영접했는데 정말 크다 / (오른쪽) 성심당에서 이번에는 샌드위치 정거장을 만든단다. ([출처] 성심당 본점인스타그램)



그런데 한편으로는 성심당이 지역의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로 성장하는 데에는 꾸준한 확장이 있었다. 앞 회차에서 많은 로컬브랜드가 겪는 확장의 어려움이라고 했던 부분을 해낸 곳이다. 성심당의 빵은 적당한 퀄리티에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다량 구매되는 특징이 있다. 적은 마진에도 판매량이 너무 많아서 지역농가에서 재료를 수급하다 못해 직접 재배까지 할 정도니 지역에서만 운영하는 박리다매 기업이 원가를 관리하면서 영업이익을 300억이나 만든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를 떠올리다 보면 기업의 경영까지 오게 된다. 실제로 성심당은 꽤 이상적인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오너의 마인드가 곳곳에 잘 녹여져 있기도 하다. 이를 브랜드화시킨 2세대의 역할도 있다. 성장 측면에서는 더없이 확실한 레퍼런스다. 그렇다면 성심당은 앞으로의 지속가성은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역을 떠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떠날 수 없을 만큼 지역에 깊이 들어온, 심지어 대전시 성심당을 성심시 대전으로 부를 정도니까.


성심당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모든 로컬 브랜드가 이와 같이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질문은 이전 회차부터 시작해서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IMG_7975.jpg 글씨는...네...그래도 대충 읽히지요?



확장이 가능한 곳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이 어려운(혹은 확장할 필요가 없는) 곳의 지속가능성은 조금은 결이 달랐지만 아마 위 단계를 거쳐 시간이 더 지나면 서로 반대의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브랜딩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50년, 60년 업력을 헤리티지화 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확장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지속하는 로컬브랜드야말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도 기업가와는 반대로 묘사되는 '장인'같은 분들 말이다. 하고 싶다는 열망을 넘어 엄청난 끈기와 인내, 거기서 오는 고통마저도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지켜나가는 모습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근래에는 그들의 2세, 또는 3세가 이어받으면서 리브랜딩을 통해 확장해 나가는 곳도 많다.


그래서인지 이런 사례를 요즘 들어 자주 접하고 또 개인적인 바람(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해 주는) 때문에라도 나는 확장을 통한 로컬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계속 고민하고 싶다. 쓰여있기는 대량화/자동화 등이 적혀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로컬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은 무엇일까?


성심당이 지역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성심당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은 외지인이다. 그들은 지역에 도움이 되길 바라서 구매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를 통해 성심당은 더 많은 매출을 내고, 확장을 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어떤 순환이 보인다.


비슷한 예가 하나 더 있다. 좋아하는 로컬 브랜드 하나가 얼마 전 새로 매장을 오픈했는데 강원도 농촌의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한 끼를 제안하는 춘천 기반의 F&B 로컬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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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쩌다농부 인스타그램(@oopspanrty), 네이버 지도(https://naver.me/GI39fyOI)



이곳은 식당을 하기 전부터 좋은 음식을 위해 팜투테이블*의 전 과정에서 직접 문제를 부딪혀가며 심도 있게 고민해 온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 직접 농사도 지어보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자 마켓과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활동 이력이 있는데, 식당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2021년 이후 서울로 확장하여 남대문, 충무로에 이어 최근 로컬스티치** 소공점에서 그랩앤고*** 콘셉트로 새롭게 매장을 오픈했다. 내가 생각하는 로컬브랜드의 성장을 관찰하는 데 있어 좋은 사례이다.



<로컬브랜드 O의 성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 좋은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주 쓰이고 =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가격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 가치를 인정받고 사업을 지속 + 매장을 확장



같은 외식산업에서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성장의 크기가 작아 보일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대체로 인정받는 성장은 해마다 몇 배씩 늘어나는 매출액과 기업 규모, 그리고 이러한 확장이 몇 년이나 지속되어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따지니 말이다. 하지만 가치지향 중심의 로컬브랜드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반적인 비즈니스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창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 외부활동 단절과 함께 취약계층의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지고 빈곤이 악화된 이후, 이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소셜프랜차이징 사업기획과 투자 IR을 도왔던 적이 있다. 사회적 가치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인 것을 감안해서 수익성이 낮은 건 이해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화는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투자자의 피드백에 따라 실현 가능한 숫자를 찾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상품성 높은 메뉴와 트렌디한 콘셉트로 지점을 늘리는 것 외에도 직업훈련교육과 현장적응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하기에 비즈니스 구조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속도를 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선한 영향력을 넓히는 등 가치를 지향하고자 움직이는 로컬 브랜드가 기업처럼 확장하기란 제품도, 서비스도 쉽지 않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확장이 필수인 것과는 반대로,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의 가치를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고객이 경험으로 인정하는 만큼 세심함을 필요로 한다. 세심함은 대량생산과 자동화가 되기 쉽지 않다. 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로 조직이 구성되어야 한다. 필요한 세심함의 정도에 따라 확장의 속도가 정해진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대체로 느리게 성장하는 체질인 만큼 늘어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거나 함께 버텨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로컬브랜드의 성장에 필요한 : 지속가능성>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 가치를 구현해 줄 지역적 자원이 더 많이 늘어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주 쓰이기 위해 : 제품과 서비스의 컨디션을 언제나 좋은 상태로 유지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 :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연결성이 뛰어난 가치를 제안(확장)



IMG_7976.jpg (주황색 동그라미 = 그 과정에서의 주의사항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



로컬브랜드는 위와 같은 순환을 통해 성장하고 지역과 공생하며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회전을 마치고 나면 속도가 붙고, 회전율이 올라갈수록 동그라미의 크기도 커진다. 정면에서 보면 끝없이 지속하는 동그라미 같은데 깊이를 함께 보면 성장과 확장이 함께 일어나는 나선형 구조가 보인다. 그리고 곁가지도 많이 생겨난다.


아마도 지금이 초기인 로컬브랜드와 로컬스타트업에게 이 곁가지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눠서 할 일(또는 하고 싶은 일)의 순서를 정해야 하고,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할 전략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실행할 사람도 모아야 한다. 처음과 달리 가치와 상품의 영역에서 조직의 영역으로 과제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 말 그대로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뜻하며,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농부로부터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텃밭이나 농장을 겸해서 운영하는 식당, 국내에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농장에서 테이블을 깔고 수확 직후 요리해서 먹는 팜다이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직접 농장을 찾지 않아도 서울에서 농부를 만날 수 있는 농부시장도 있는데, 농부시장 마르쉐@가 있으니 날이 따뜻할 때 꼭 한번 놀러 가보기를 추천한다.


**로컬스티치 : City Creator를 위한 공간&라이프스타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브랜드이다. 지점마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코워킹 오피스와 크리에이터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 코리빙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건물 내에 있어야 할 리테일 또한 건강과 휴식, 취향을 기반으로 한 스몰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시킨다. 도시의 창의적 생산자를 위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고 지원한다.


***그랩앤고(Grab&Go) : 미리 만들어서 포장&진열된 메뉴를 그대로 집어간다는 뜻으로 주로 오피스상권에서 바쁜 직장인을 타깃으로, 또는 20~30대 1인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근린상권 등에서 종종 그랩앤고 콘셉트의 상점을 볼 수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주문-조리-대기-픽업'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그랩앤고는 구매하자마자 바로 먹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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