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다음 단계는 고통이 아니고

고통을 넘어선 다음은 생각해보았나요 ?

고통의 다음 단계는 고통이 아니고

현상을 나무라고 오늘의 내가 의기소침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안주'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다음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변명이 길다. 세월아 네월아 보낸 날들을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사랑하는 나의 일부분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부추기고 혼을 내서 억지로 다음 단계를 누려도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없다.

4년 동안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지금의 나는 악보를 가져다줘도 가장 쉬운 곡 하나를 켤 수 있을까 말까 하다. 배우고 싶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지만 엄마는 내가 계속해서 바이올린 학원을 다니길 바랐다. 나는 학원 외에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도가 가장 느린 학생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아무리 몰아쳐도 마음이 원하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걸. 그런 이유로, 억지로 다음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다.

근육이 찢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될 때까지 묵은 시간을 바라본다. 때가 켜켜이 앉아 드디어 벗겨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고통의 다음 단계는 고통이 아니다. 새하얗게 드러난 새로운 종이 위에서 춤출 수 있게 되는 것뿐. 치열한 삶이 먼저가 아니라 새로운 춤에 갈망이 생기는 무렵에야 치열해질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