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불안과 핸드폰
오랜만에 밖에서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다 보니 12시 반이 넘은 시각이 되었고, 집 근처 카페거리의 돈가스 집으로 갔다. 아무래도 돈가스는 집에서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이고, 휴직 중에는 더 기회가 없다. 심지어 나름 헤비 한 음식이기 때문에 가족 외식 기회가 있을 때 몇 번 이야기했지만 묵살되었다. 그래서 혼자 갔다.
아이와 함께도 몇 번 가본 집이어서 가게에 들어서자 주인이 날 알아본다는 눈빛을 보내며 인사를 했다. 그런 눈빛이 맞을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자리에 앉으니 “저희 가게 처음 아니시죠?‘ 라며 인사를 건넸다. 안심카츠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유튜브 영상을 보며 기다렸다. 어떤 책의 작가를 인터뷰하는 영상이었다. 마침 그 책을 반 정도 읽은 상태여서 영상을 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안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거리 두기에 대해 말했다. 생각과 감정은 마치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팝콘기계 안의 팝콘과 같다. 임의로 막 떠오르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 불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불안이든 걱정이든 그것을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과 약간의 거리를 두지만, 그것도 나의 것임을 받아들인다. 기꺼이 받아들인다. 알아차림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차리고 현재의 나로 돌아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음식이 나왔다. 영상을 대충 흘려들으며 음식의 맛에 집중해 보려고 했다. 시간을 들여 샐러드를 씹고, 밥알을 씹고, 고기를 소금과 고추냉이를 찍어 입 안으로 넣는다. 나는 유자드레싱을 좋아한다. 상큼한 드레싱과 함께 입 안으로 들어오는 과일의 아삭함도 좋다. 식당의 밥은 전기밥솥으로 했을 텐데, 요즘 밥솥의 기술에 감탄하며 밥알을 씹는다. 부드러운 안심은 말할 것도 없다. 트러플 소금과 고추냉이가 조화롭게 적당한 간을 맞추어주었다.
역시 멀티태스킹이라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상을 흘려듣던가, 밥을 대충 넣든가, 둘 중 하나가 된다. 지금은 되도록 식사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영상을 돌려 다시 재생시켰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간다. 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날씨가 그리 덥지 않다. 심지어 그늘은 시원하다. 선선한 날씨에 벌써 가을이 된 것 같다. 한낮의 공기의 냄새도 한 여름의 그것과 달라져있다. 머릿속에 집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바람을 느낀다. 이미 외출하면서 처리하려고 했던 몇 가지 일들은 놓치고 말았지만, 지금의 선선한 공기와 아직 여전한 나무들의 녹음과 자전거를 달리며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에 잠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늘 기묘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가끔은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팝콘처럼 튀어 오른다. 그리고 가끔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도 함께 떠오른다.
아, 그런데 영상을 어디까지 들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