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도 신경 쓰여

02. 타인에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하지 않기

by Slowandsteady


영어 학원에 간 아이를 기다리며 건물 1층 카페에 앉아있었다. 동네에 드문 로스터리 카페이고 라떼 맛집이라 자주 찾는 카페였다. 평소에 많이 붐비는 카페는 아니었는데 그날따라 테이블이 많이 차 있었다. 넓은 테이블에 나와 비슷하게 자녀를 기다리는 엄마 그룹이 5명 정도 앉아 있었고, 또 다른 넓은 테이블에는 헬스장 가방 같은 커다란 백팩을 의자에 올려둔 2명의 여성이 각자의 노트북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보통은 카페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맞서 따뜻한 음료를 시키곤 했는데 그날은 너무 더워 오랜만에 아이스 라떼를 시켰다. 자리로 가져다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이 맛이야! 사 먹는 커피가 최고야!‘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절로 나왔다.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글도 쓰고, 책도 좀 보겠다고 생각하며 카페 안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 혼자 이런 작은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 커피를 좋아하고, 그 카페는 아내와 자주 가는 카페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사장님이 한 번도 아는 척 해주진 않았지만.


그런데 그 엄마들 그룹에서 남자 혼자 있는 나를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까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키보드를 꺼내 뭔가를 쓰고 있다면? 뭐 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할까?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갔지만 역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내 안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내 활동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가끔 카톡 채팅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엔 노이즈 캔슬링 된 내 이어폰 너머로 노트북을 하고 있는 두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애써 듣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 상상이 멋대로 흘러갔다. 두 여성은 뭔가 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한 여성은 외국인이었는데 우리말을 꽤 잘했다. 두 여성은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대화를 했다. 둘 다 모자를 쓰고 있고, 어디 짐에 가는 헬스인들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 사업은 글로벌 사업이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이다. 각자 나라에서 재택 또는 오피스에서 자유롭게 근무를 한다.


이 정도면 거의 소설 수준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읽던 책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을 Off 했다가 On 하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그런 내 모습을 스스로 알아차렸다. 그들이 그런 멋진 사업을 하는 여성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한가.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들처럼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들이 대단한 비법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그 비법을 물어볼 용기도 없다.


카페로 이동할 때 들었던 한 영상을 생각했다. 사회자가 질문하고, 출연자가 대답을 하는 형태였는데 그 영상에서 출연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성공 방정식이 꼭 나한테 맞을 수가 없어요.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 중간에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어요. “ 뭐 그런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그것을 따르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뭘까.


다양한 성공방정식이 존재하고 그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명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명상을 왜 하는 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디서든 남들 신경 쓰느라 흘러버리는 에너지를 주의하자. 그 에너지를 끌어모아 나에게 써야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대체로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내 아내도 가끔 작년부터 입던 옷을 보며 새로 샀냐고 물어본다. 그러니 모르는 타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결국 핵심은 ‘나‘를 보는 것에 있다.


역시 사먹는 커피가 최고 ^^


작가의 이전글정리되지 않는 물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