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물건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태도
평소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다. 수년 전에 한창 유행했던(그러기엔 이미 10년도 넘은) 그 미니멀리즘이라는 건, 그때는 조금 극단적인 그림으로 보였던 것 같다. 잡지 속의 깔끔한 인테리어 이미지처럼 말이다.
잘 정돈된 인테리어 같은 그런 이미지 덕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럴싸하고 있어 보이잖아.) 그래서 그때는 집에 있는 ‘못난 것들’을 싹 비우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내에게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했을 때 거부감이 아주 심했다. ‘살림 다 정리하고, 쇼핑도 못하는 삶의 시작?’ 같은 느낌. 불편하고 빡빡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미니멀리즘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애써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내 물건들 때문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아내에게 효과가 있었던 예시를 하나 들어본다. 내가 어떤 모자를 사고 싶은데 진짜 ‘딱 내 마음에 드는’ 모자는 조금 비싸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모자를 선택한다. 그럼 과연 나는 그 모자를 쓸 때 ‘역시 잘 샀어’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머릿속 한편에 늘 남아 있는 그 ‘딱 마음에 드는 모자’가 매번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그 모자를 쓸 때마다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에너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차라리 조금 더 기다리고 저축을 해서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을 사는 편이 더 현명하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내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에너지를 빼앗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가득 찬 옷장을 보며 ’ 입을 옷이 없네? (옷 사야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 반대로 ‘진짜 마음에 드는 옷들‘이 옷장에 싹 걸려 있다면 어떨까? 지금처럼 고민하지 않을 것이고, 늘 만족감을 주는 의복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내가 어떤 옷을 사려고 고민할 때, 혹은 어떤 옷을 샀는데 입을까 반품할까 고민할 때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해준다.
“꼭 마음에 들어? 세일해서 산거 아니야? “
그리고 도미니크 로로의 ’ 심플하게 산다 ‘에서 밑줄 친 구절들도 읽어준다. 그러면 아내는 뭔가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거 10 계명 같은 걸로 정리해 줘. “
.. 내가 뭐라고 10 계명은 좀 오버고, 몇 가지 원칙 정도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적어본다.
<에너지를 지키는 물건 선택 원칙 5가지>
1. 꼭 필요한 기능만 담겨 있는가
불필요하게 복잡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기능이 편하게 작동하는지 본다. 선풍기의 상하 회전이 나에게 필요한 기능인가? (쓸 때마다 잘못 샀다고 생각하는 선풍기가 생각난다..)
2. 사용할 때 편안한가
잡았을 때, 입었을 때, 움직였을 때 불편함이 없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면 결국 안 쓰게 된다. 이제 허리를 꽉 조으는 바삭한 청바지는 못 입겠다.
3. 관리가 쉬운가
청소, 세탁, 보관이 단순해야 한다. 관리 난이도가 높으면 오래 못 가 지친다. 분해가 안 돼서 구석에 때가 끼는 가전은 처음엔 예뻐도 곧 귀찮아진다. 캐시미어 니트는 입을 때만 좋다.
4. 여러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나
한 상황에서만 쓰는 물건보다 여러 곳, 여러 계절, 여러 조합에서 잘 쓰이면 좋다. 그래서 내가 내피 있는 옷, 주머니 많은 옷을 그렇게 좋아한다.
5. 내 취향과 잘 맞는가
할인이나 유행 때문이 아니라, 내 눈에 좋은 것, 그런 감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집에 안 신는 어글리 슈즈 하나쯤은 있죠?)
편리하고, 편안하고, 관리 쉽고, 쓰임 넓고, 내 눈에 좋은 물건. 그런 물건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자. 그 물건들이 내 에너지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