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운전을 위하여

05. 운전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 줄이기

by Slowandsteady

휴가를 보내러 처가에 다녀왔다. 처가인 대구까지는 꽤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 거리도 거리지만 연휴나 주말처럼 차가 많을 거라 예상되는 날에는 막힐 걱정이 앞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운전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운전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운전을 하면서 받는 긴장감,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느껴진다.


운전을 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역시 차가 막히는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고속도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막히는 구간이 늘 막힌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늘 막히는 구간이 있다는 것은 그 구간에 진출입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해 본다. 하지만 쉽게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히는 상황도, 그것을 개선하는 것도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다음으로는 통행을 방해하는 다른 차들이다. 고속도로에서 너무 느리게 차선을 변경하는 차들,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급하게 달리는 차들, 그런 차들은 모두 내 차의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게 한다. 역시 그것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차들이 많지 않은 한적한 동네에서 운전하는 것은 좋다. 그때는 진짜 드라이브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앞질러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 차가 나를 급하게 앞질렀다고, 혹은 옆차선이 더 빨리 간다고 경쟁하듯이 차선을 바꾸며 갈 필요가 없는데, 차가 많을 때는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 그때는 왠지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날씨가 나쁘지 않고, 가까운 거리라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선호한다. 자전거는 교통체증이랄 게 없고, 내가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장애물들도 내가 피해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있으니 모두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고, 장거리의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차를 이용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차가 많거나, 막히는 도로에서 운전해도 앞서 말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보다는 운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사람이 아니니 애초에 그 상황을 피하거나, 운전할 때도 내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편도 2차선 고속도로였다. 2차선에는 저속 주행 차량이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들보다 빠르게 1차선으로 주행하고 있었다. 2차선에 저속 주행 차량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에, 1차선에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연달아 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내 뒤에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달려온 차량이 내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상향등을 여러 번 켰다. 비키라는 뜻이었다.


그런 상황은 기분이 좋지 않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바짝 뒤에 붙어 있는 것, 규정 속도보다 한참 빠르게 달려와 비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내 앞으로도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어 도로가 비어있는 것 아니었는데 모두 다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상황이면 1차선 정속 주행 논란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 논란에서 빠져있는 전제는 차들의 속도와 주행차선인 2차선의 상황이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편도 2차선인 고속도로가 꽤 많다. 그런 도로에서는 2차선이 주행차선이라고 하지만 저속 주행 차량이 꽤 많다. 그러니까 주행차선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1차선으로 추월을 하고 다시 2차선을 주행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차선을 지키려는 차는 주행 차선의 저속 주행 차들 때문에 너무 자주 차선을 변경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 현실을 고려하면 1차선도 주행차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승용차는 1차선으로 주행하고, 화물차나 저속 차량이 2차선으로 주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더 빨리 가고 싶은 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110 키로 규정 속도 도로에서 2차선에는 90킬로로 달리는 화물차들이 있고, 1차선은 110킬로 달리는 승용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1차선에서 130킬로로 달려오는 차를 위해 110킬로로 달리던 승용차들이 다 비켜줘야 할까?


관련 법규에는 주행 시에는 모두가 주행차선을 이용하고, 추월차선은 추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주행차선이든, 추월차선이든 도로의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려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거의 2차선에만 차가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역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들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으로 돌아간다. 그럼 1차선 정속주행 논란의 결론은? 역시 그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안되냐만 생각해 보면 될 것이고, 현실적인 범위에서 유연하게 하면 된다. 그래서 내 나름 결론을 정리했다.


‘도로의 흐름을 방해하는 운전은 모두 문제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운전을 해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 우선 남들이 운전하는 행태에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되도록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만약 내 뒤 차가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바짝 붙어온다면 내가 좀 더 속도를 내어 뒤차와 거리를 두거나, 비켜주거나 둥 중 하나다.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는 내가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여유를 두고 진입하고 다른 차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빠르게 속도를 내어 합류한다. 반대 상황이라면 진입하는 차들을 생각해 미리 속도를 조금 줄이거나,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여 달린다. 결국 나도 도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운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차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은 다른 차들이 어떻게 하든 내 마음대로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의 행태에 감정을 싣지 않는다는 뜻이다. 괜히 그들의 운전에 열받지 말고 내 운전에 집중하면 된다.


감정이 요동치는 모든 순간들이 그렇듯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면, 나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운전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해야 하는 운전이라면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도록, 내 운전에 더 신경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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