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의 피곤은 생리전증후군의 절정이었던 모양이다. 10시간 가까이 자고 아침에도 겨우 일어나 출근했다. 내일까지만 출근하면 휴일이니까,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회사에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고 힘들다. 이번 토요일에 한 달만에 상담을 가는데 이제 안 가도 되는 거 아닐까 싶어서 가지 말까도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가야겠다고 다시 마음 먹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화가 많이 난다. 내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일까, 아직도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전히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네가 사회초년생도 아니고 원래 세상이 이런 걸 모르니? 아직도 철이 없구나, 라고 매일 매시간 귀에 대고 악을 쓰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생각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좋은 걸 곁에 두고 이 괴로움을 잊어야 하는데 좋은 걸 보면 또 그렇게 질투가 나서 마냥 좋아하기가 어렵다.
초고를 읽어본 편집자님이 수정했으면 좋은 부분을 전달해주셨는데, 앞으로 갈 길이 막막하다. 아마 이래서 초고를 넘겼을 때도 기쁨보다는 찝찝함이 더 컸을 거다. 그동안 애썼구나, 라는 생각보다 이것밖에 못 써서 어쩌냐, 재미가 별로 없는데, 내용에 대한 자신도 없고. 이거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다른 책을 읽으면 마음이 좋아질까 싶어서 재밌는 책을 읽으면, 아니 이건 이렇게 재밌는데 나는 역시 이렇게 재밌는 건 못쓰는 걸까 하고 쭈그러든다. 그리고 동시에 못 쓸 수도 있지. 내가 쓸 수 있는 거, 잘 쓸 수 있는 거를 쓰자면서 다짐의 왕답게 마음 먹는다. 이제 연휴니까 회사 스트레스 없이 원고를 좀 손 봐야겠다.
한달만에 가는 상담은 어떤 모습일까.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일기를 쓰고, 마음을 돌보면서 봄이면 찾아오는 우울의 깊이가 예년보단 깊지 않다고 느껴졌다. 상담덕분인지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독하게 우울하지거나 슬프지는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밥도 잘 챙겨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운동을 못하고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회사에 출근하고 친구들과 같이 화내면서 회사 욕도 하고, 저녁시간에 놀자고 초대해주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그런 게 힘이 되었으려나. 격주에 한 번 가던 상담을 상담 선생님의 사정으로 한 번 빠지게 되어 한 달만에 가게 된 거였다. 3주차에라도 오라고 하셨는데 지난주말 에니어그램 워크숍을 미리 약속해두어 빠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이 4주만에 가는 상담이다. 상담소에 가는 김에 근처에 사는 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 다른 친구들까지 만나서 놀자는데 고양이 혼자 남겨두고 외박하는 일이 걸린다. 여행갈 때는 동네 친구에게 밥 챙기고 화장실도 봐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이번엔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친구집에서 자고 올만한 컨디션도 아니고 해서. 토요일에 상담을 가지 말고 일요일에 친구들만 만나러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다 상담을 가긴 가야겠다 생각하니 토요일에 상담 다녀오고, 일요일에 친구들 만나러 한 번 더 올라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겠다.
상담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회사 다니기 너무 힘들다. 회사에 힘 안 들이고 그냥 생각 없이 영혼 없이 다니고 싶은데 옆에서 회사 돌아가는 꼴을 보면 너무 괴상해서 화가 난다. 그런 것들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냥 이게 우리 회사의 수준이려니 생각하고 화도 내지 말아야 하는 걸까. 믿을 만한 동료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말도 섞고 싶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연말 계약만료 시기까지 다니고 회사나와서 실업급여를 받고 싶은데 계약기간이 2년 2개월이고, 두 번째 계약을 제안 받은 상황에서 내가 거절하면 자진퇴사와 같은 효과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짜일까. 자세히 한 번 알아봐야겠다.
여름휴가 2주 내놓은 걸 취소했다. 항공권도 취소했는데 뭐.
오늘의 일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