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욕을 너무 많이 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4월 30일이라니, 매일 일기쓰기 다짐을 그래도 지켜냈구나. 막판엔 회사욕을 너무 많이 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상담을 못 가던 한 달 동안 그나마 우울과 무기력으로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일 것이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시계를 보다가 7시 반쯤 일어나 후다닥 샤워하고 도시락 싸고 출근을 준비하면 10분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그때 일기장에 그때의 기분을 손으로 후다닥 아무말이나 쓴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8시 57분까지 버티다가 사무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50분쯤 도착하면 7분 정도를 일기쓰는 데 쓴다. 그렇게 겨우겨우 지난 한 달을 버텼다. 그 고민의 끝이 결국 조만간 퇴사라는 데 다다른 건 씁쓸하지만. 전처럼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더 참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하루라도 더 다니면 월급이 들어오니까 이직이든 퇴사 후 플랜이든 세우고 나서 사직서를 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연휴의 첫날이라 정오가 넘을 때까지 잤다. 휴일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고 말한 사람 누구야? 그러고는 지금까지 넷플릭스로 <넥스트 인 패션>을 몰아보고 있다. 손봐야 할 원고가 있는데 연휴의 하루쯤은 미뤄도 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쓰기의 근육을 길러놓는 건 그럴 때 일단 앉아서 쓰기 시작해서 뭐라도 쓸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였는데 그럴 힘이 감히 생기지 않는다. 하루쯤은 쉬어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누워있다. 지금 보고 있는 원고에 나는 새벽에 일어나고, 자연 가까이에서 산이나 강을 걷길 좋아하는 사람이고, 주변 좋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잘 지내고, 전주에서의 새로운 직업에 기대를 거는 그런 사람인데 다 거짓말이네. 그 글을 쓸 때의 나와 퇴고 하고 있을 때의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참 어렵다.
또, 한창 원고를 쓸 때 맥북 키보드가 고장나서 사설 수리점에 가서 15만원이나 주고 고쳤는데 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제 정말 고칠 수도 없을 것 같다. 가계부를 뒤져보니 작년 11월에 고쳤던데 5개월 잘 썼으니 된 건가. 다시 한 번 그 수리점에 가서 다시 고칠 수 있는 지 확인해볼까. 이번주에 상담가면서 한번 물어보기나 해야겠다. 그럼 노트북을 정말 새로 하나 사야하는건가.... 2013년에 사서 지금까지 잘 썼으니 이제 살 때가 되기도 했는데 조지아 여행가려고 샀던 비행기값 수수료 빼고 환불 받으면 그 돈으로 살까. 원고 쓸 컴퓨터는 있어야 하니까...
5월에도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을까. 4월에 매일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쓴 게 대단해보이기는 하는데 한편의 에세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읽힐만한 글이었을까. 일기장에 쓰는 거랑 뭐가 달랐을까. 생각을 깊게 하지는 않고 그냥 쓰는 일기이기도 했고, 어떤 날은 제법 마음에 들기도 했었는데. 이거라도 안 하게 되면 아마 더욱 괴로워 질테니 5월에도 우울증의 치료제다 생각하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달 애썼다. 나여. 회사욕 하는 거 어짜피 내 얼굴에 침뱉기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트위터에서 이렇게 밖으로 회사욕 하는 사람 못 믿겠다고, 혹시 나중에라도 나랑 일하고 싶겠냐고, 이렇게 회사욕을 막 해대는 사람 별로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안 그러고 싶었는데, 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난, 지금의 난 이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정말 나쁜 회사라고 생각하니까. 나쁜 회사의 나쁜 경험이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게 진짜 나쁜 경험인지 나의 오해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지만 주변에 너무 많은 동료들이 같은 경험에 상처받고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면 이건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투명하리만큼 부정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맞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다. 그리고 지금은 마저 넷플릭스 보러 갈거고. 굿바이 4월의 일기장. 4월의 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