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
최고로 맛있는 떡볶이를 끓이고 싶었다. 퇴근해서 혼자 차려먹는 저녁밥이지만 순두부찌개도 볶음국수도 그럴듯하게 차려먹는 편이고,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 보내곤 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와는 오늘 무엇을 해먹었는지 이야기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게는 자랑하는 마음과 언제고 직접 만나면 이런 음식을 꼭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사진을 보낸다. 그런 친구들이 집에 왔다. 이번에는 꼭 순두부찌개와 떡볶이를 먹겠다는 다짐을 안고.
점심에는 순두부찌개, 저녁에는 떡볶이를 만들었다. 순두부찌개는 워낙 좋아하고 자주 해먹고 언제나 맛있다. 물론 상대의 입맛에 따라 아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번 친구들은 맛있다고 잘 먹었다. 떡볶이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서 손님 맞춤형 대접음식은 아니었던 거 같지만 나도 잘 먹고 친구들도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은 상대의 취향과 욕구를 반영하여 상대가 원하는 딱 그만큼의 사랑을 줄 때 적절히 빛난다. 나 너를 위해서야, 라고 말하는 부모의 말과 행동이 나의 의사를 반할 때는 사랑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엄마는 무엇이든 주고 싶어한다. 김치와 각종 반찬, 내가 먹지도 않는 각종 먹거리들을 잔뜩 싸서 보낸다. 나는 정말 그런 음식이 필요 없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을 때도 있지만, 전혀 필요없는 것들까지 같이 온다. 내가 원한 건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김치를 아주 조금만 보내주는 것이지만 엄마 생각에는 무조건 많으면 좋으니까 보내놓고 자기 사랑을 전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친구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나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재료로 취향에 딱 맞는 떡볶이를 만들었어야 할텐데 그러지는 않았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맛있게 잘 먹었지만 친구들을 위해서 떡볶이를 만든 건 아닌 셈이다. 떡과 당면이 많고 칼칼하게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양배추, 오뎅, 버섯, 대파로 재료가 많이 들어갔으니 양이 충분하다며 당면을 더 넣자고 하는 말을 잠재웠다. 의견을 나누면서 불편해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 순두부찌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친구들과도 취향이 맞아서 친구들을 만족시킨 것이었고 떡볶이는 아주 그렇지는 않았던 셈이다. 오늘의 떡볶이는 친구들을 위한 건 아니었고 그냥 우리가 효율적으로 한 끼에 서로가 원하고 필요한 걸 적당히 타협하면서 나는 양배추를 잔뜩 먹을 수 있고, 친구들은 떡볶이와 당면사리를 먹을 수 있었던 거다. 그냥 그런 깨달음 같은 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