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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05. 2020

하고 싶은 만큼 마음이 흐르는 걸 지켜봐야지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만큼, 만큼만큼의 부담을 버릴 것

4월 30일 목요일부터 5월 5일 화요일 오늘까지 이어진 6일간의 연휴에 친구들 6명이 다녀갔다. 월요일인 어제는 출근했다가 급하게 오후 휴가를 쓰고 친구들과 놀러갔다 와서 주욱 이어져 논 듯한 기분이다. 목요일 하루는 넷플릭스 보면서 혼자 쉬었고, 금요일엔 서울 사는 친구 두 명이 점심 도시락을 사들고 집에 왔다. 연휴라고 전주에 있는 친구네 놀러오면서 우리집에도 들렀다 갔다. 토요일에는 기차타고 상담 다녀왔고 돌아오는 길에 경기도에 사는 친구 한 명과 함께 내려왔고 원래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만나기로 한 다른 친구가 일요일 낮에 왔고 월요일 오후에 함께 산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떠났다. 그리고 또 다른 서울 친구 두 명이 익산역으로 왔다. 전주역으로 오는 기차보다 익산역으로 오는 기차가 훨씬 많아서 내가 익산역까지 나갔다. 근처 식당을 검색해서 점심을 먹고 차를 타고 집에 와서 커피 마시고 놀다가 다시 익산역에서 저녁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

완주에 온 지 5년째, 이제 여길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다면 여기서 남는 인연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 서글펐다. 친구가 없어서 너무 외롭다는 이야기를 늘상 입에 달고 사는데 오늘 온 친구도, 어제까지 함께 했던 친구도, 지난 주에 찾아왔던 친구도 다 내가 보고 싶다고 찾아와 준 친구들이다. 오늘 온 친구들이 특히 그렇게 말하는 날을 놀려댔다. “바닥이 친구가 없다고요? 지금 번호표 뽑아서 찾아오고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간 다음에 또 누구 오죠?” 맞다. 사람은 참 욕심이 많아, 이렇게 고마운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내게 있는 것들은 못 보고 없는 것들만 아쉬워했다.

회사 다니는 거 너무 지겹고 최대한 빨리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퇴사 후 플랜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에. 다행히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언제고 나는 여기 말고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므로 적당히 무심한 마음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을 잘해서 내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싶다거나, 일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나도 모르게 일을 너무 열심히 해버리는 것만 경계하면 된다.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편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나란히 누워 잠들기 전까지 조잘댈 수 있던 시간은 달콤하고 다정했지만 너무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니까 다름을 이해하지만 역시나 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똑같이 사랑을 받아야 하고, 무조건 나도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부담을 갖진 말아야겠다. 좋아하는 만큼, 그리운 만큼, 하고 싶은 만큼 마음이 흐르는 걸 지켜봐야지.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낄 수는 없는 거니까. 고마운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쉽고 슬픈 일은 그러려니. 다만 너무나 확실한 건, 정말 사랑하고 사랑받는 좋은 관계들이 곁에 많이 있다는 사실. 마음이 가득 차는 연휴였다. 피곤도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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