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행보_完州行步 11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7월 하순 경 지금 일하는 협동조합에서 낸 일꾼 모집 공고를 봤다. 홈페이지도 아니고 구인정보 사이트도 아니고 페이스북에서다. 1월에도 뽑고 3월에도 뽑더니 어지간히들 그만두는 모양이구나. 이런 회사는 불안불안하기 마련이다. 누가 일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밖에서는 대충 보았다. 작년에 거기서 주관한 캠프에 참여했고 올 3월에 완주에서 한 달 지낼 때는 직원분들과 밥도 서너 번 같이 먹었다.
홍홍 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그만둔 자리인지 확인했다. 내 기억으로는 남자 세 명, 여자 한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여자분이 그만 둔 거라면 내지 않을 생각이다. 산뜻한 근무환경도 아닌데 아저씨들 사이에서 혼자 버틸 자신은 없었다. 다행히 ㅈ은 아직 다닌다고. 그렇다면 해볼 만하겠군.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를 주는지도 공고에 나와있지 않지만 그냥 지원했다. 이번 선택은 처음부터 그저 받아들이기를 작정한 게 많다. 또래 여자 동료 한 명 있는 거면 되었다. 시골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집을 구할 때까지는 장 사장에게 신세를 지는 수밖에 없고.
당장 오늘부터
일주일 후 접수 마감일에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일에, 그것도 담당자도 아닌 다른 분 핸드폰으로. 이게 내 앞날이구나. 그래도 통화는 유쾌했고 목요일에 면접 보러 가기로 했다.
“왔다 갔다 번거로우니까 그냥 짐 싸서 내려갈까요?”
나중에 회사 메일함을 보니 다른 지원자가 한 명 있었다. 2:1을 경쟁을 뚫고 채용이 거의 확실시되었던 듯. 적당히 행정업무 지원하는 사무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소식지를 발간하고 각종 홍보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고 있었단다. 왜 그런 얘길 채용공고에 안 썼을까. 그런 걸 보고 지원하는 나 같은 사람이 할 지적은 아니니까 패스.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해봤던 일이라 어렵지는 않겠다. 월급도 생각보다 높았다.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열악한 곳에서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은 적도 있다 보니 기준이 낮기는 하다.
하루라도 월급을 더 받으려고 금요일인 내일부터 출근하겠다 얘기 중이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조합원 한 분이 면접비 줘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신다. 면접비 받는 셈 치고 오늘부터 근무하기로 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거의 확정이라고 예상했지만 면접 보는 날 바로 근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왕좌왕 제멋대로여서 분명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테지. 생계노동을 위한 직장생활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쓸데없는 기대와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다.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
아침에 서울에서 짐을 싸들고 전주행. 터미널에서 장 사장을 만나 차를 얻어 타고 함께 사무실에 갔다가 면접 보고 점심 먹고 오후에는 근무. 퇴근길엔 장 사장과 함께 수영장에 들렀다가 소머리 국밥을 먹었다. 하이고 피곤하다.
회사원의 하루가 이렇게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