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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11. 2020

나만 할 수 있는, 나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

내일은 꼭 쓰겠습니다

저녁 먹고 잠깐 소파에 기대 쉰다면서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더니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월요일이라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와서, 사골육수 제품 한 봉 뜯어서 끓이다가 냉동만두 넣고 후다닥 만둣국을 끓였다.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도 풀어서 둘렀지만 준비하는데 15분이나 걸렸으려나. 요즘은 기력이 없으니까 식사 준비에 힘을 쏟기가 어렵다. 제품으로 준비하는 식사는 빠르고 편하고 맛은 보장되니까 요즘 같은 무기력주간에 제법 도움이 된다.



아침에도 너무너무 일어나기 싫어서 7시부터 뒤척였다. 새벽에 가지 밥 주려고 일어났다가 아무래도 제 시간에 못 일어날 것 같아서 7시 반에 알람 맞췄다가 8시 넘어서 겨우 일어났다. 아침에 밥해서 도시락 싸려고 간밤에 쌀 씻어 뒀는데 7시 반 알람을 끄고 다시 시리한테 8시로 알람 맞춰달라고 말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생쌀을 가지고 출근해서 공유주방 밥솥으로 밥을 하기로. 3분 카레 한 봉지랑 김치, 채소를 썰 시간은 없어서 오이는 반 뚝 끊고 당근은 통째로 도시락통에 담았다. 양배추도 손으로 대충 뜯어 넣었다. 다행히 방울 토마토는 미리 씻어뒀다. 월요일이라 힘들었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요일은 쉬고 난 뒤라 힘들고, 화요일은 아직도 주말이 한참 남아서 힘들고, 수요일은 주중 근무의 정상 같은 날이니까 힘들고, 목요일은 앞선 3일 근무하느라 힘들고, 금요일은 마지막이나 겨우겨우 끝을 보고 가느라 힘들다. 맨날 힘들다는 얘기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힘들었다. 회의하고, 민원 대응하고, 업무 연락하고, 자료 만들고, 계획서랑 보고서 쓰고, 자료 정리하고, 틈틈이 간식 먹고 커피도 마시고 쉬는 시간에 나가서 햇볕도 쬐었다. 대충하고 싶은데 대충하는 법을 몰라서 아주 곤혹스럽다. 시간으로라도 끊야 할 거 같아서 중간중간 일어나 건물 근처를 한 바퀴 걷거나 볕드는 곳에 가만히 서 있다가 들어간다.

원고 수정해서 다시 써야하는 게 있는데,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니까 주말의 놀던 몸을 슬슬 작업자 모드로 전환하고 내일부터는 원고를 쓸 것이다. 진짜다. 편집자님께 도망가지 않겠다고 메일도 썼다. 나답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써야 한다. 왠지 이런 말을 하면 멋있어 보이겠지, 하고 두루뭉술하게 본인이 쓰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별 것 아닌 이야기일수도, 부끄러운 고백일수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나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오늘의 다짐은 내일은 퇴근하자마자 밥을 먹고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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