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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19. 2020

나를 미워하지 말아야지, 괜히 기대하고 실망하지도.

장하다. 장하다, 장하다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근하지 못했다. 그래도 허겁지겁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하지는 않았다. 엄청 강렬한 꿈을 꾸면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곱씹고 6시에 가지 밥주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누운 뒤로는 설핏 잠들었다가 다시 깼다가 하면서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아쉽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8시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8 50분에 도착해서 55분까지 차에서 출근시간을 기다렸고 5 55분에 쏜살같이 퇴근했다.

오늘 저녁도 만둣국이다. 제품 육수에 냉동만두 3개를 넣고 끓이고 낮에 남겨온   공기랑 먹었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났는데도 7시밖에  됐다. 이런 좋을 때가, 어제 결심한 대로 어서 원고를 써야지. 책상 위에 바로 앉아 컴퓨터를 켜고, 공책에 메모를 하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고 심사숙고해서 마음을 정리하고, 편집자님께  시간 동안 메일을 썼다. 드디어 긴긴 방황과 고통의 무기력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걸까.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오늘은 작은 발걸음을 뗐다. 장하다.

오늘의 잘한 일은 그것말고도 많다. 점심시간에 일찍  먹고 근처 마트에 가서 자동차 워셔액을 샀고 본네트를 열어 직접 부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해볼 기회가 없었다. 브레이크 등처럼 자주 나가는  직접 교체해볼만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나는야  부르고 혼자 고치는 사람이 아니더냐. 어제도 휴대전화를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틀째다. 시계를 봐야 한다는 핑계로 휴대폰을 들고 잠들면 잠들기 직전까지  시간이고  시간이고 트위터를 본다. 휴대폰은 식탁 위에 두고 부엌 시계를 들고 가서 옆에 두었다. 한참 누워있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굳이 식탁까지 걸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는 했다. 연락이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다시 들고 오지 않았어! 새벽에 화장실에  때나 가지 밥주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잠자리로 들어올 때도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장하다. 심지어 내일의 도시락을 위한 쌀도 진작 씻어뒀다. 어제 잠들기 직전에   씻어놓은  알아채서 귀찮은데 겨우겨우 일어나서 쌀을 씻었거든. 오늘은 저녁밥 먹고 바로 설거지하면서 쌀을 씻어뒀다. 진짜 부지런하다. 장하다.

그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하다고 한창을 징징거리면서도 아주 바닥까지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기도 쓰고, 뭐라도 하고 있던 나여 장하다. 아직 완전히 컨디션이  올라온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가 반갑고 고맙다. 너무 나를 자책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게 지켜봐온 나여 장하다.  이럴까 자신을 닦달하고 미워하지 않아야지. 섣불리 너무  기대를 걸어서 실망하지는 말아야지.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가 다시 주춤하고  것보다  물러서기도 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일 테지.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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