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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09. 2020

엽기떡볶이 순한맛, 멀리서 온 친구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어서, 언제든 오라고 말할 수 있어서 고마운 사이

아직 화요일밖에 안 되었다니, 하... 괴롭고 또 괴로워서 미칠 것만 같다. 겨우겨우 버텨서 점심시간을 지나 떡볶이와 순대 간식이 당기는 오후 시간. 몽쉘이나 후레쉬베리 같은 과자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 으아악 정말 집에 가고 싶다. 그래서 긴급하게 친구집 나들이를 결정. 일요일에 예정되어 있던 엽기떡볶이 모임을 오늘로 급히 변경했다.


3시부터 퇴근시간만을 기다렸다. 약속을 정하며 아무말이나 주고 받는 대화방에서 깔깔 거리며 웃었다. 이렇게나마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저녁 엽기떡볶이 먹으러 갈 건데 예약되나요? 3명입니다.


약속이 정해지고 나니 당장 나가고 싶다. 회사에 1분 1초도 앉아있기 싫다.

-아, 저희집에 갑자기 물이 샌다고 전화가 왔는데 지금 당장 들어가봐야겠습니다.

하고 쌩 나와버리는 상상도 하고, 최대한 빨리 가면 퇴근하고 몇 분 후에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지, 떡볶이는 언제 누가 주문할지 등등을 치밀하게 계획세우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 전에도 회의를 빙자하고 자리를 하도 비웠더니 드디어 팀장님이 전화로 찾기 시작한다. 하하하. 이렇게 태만하게 근무해서 나 짤리면 어쩌지? 그러면 땡큐다. 실업급여도 받는다. 만세.


그치만 그럴 리가 없다. 어제 사업 보도자료 만들라는 말 떨어지자 마자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옛다 하는 마음으로 올렸고, 시키지 않아도 내 할 일은 알아서 다 한다.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나 실행력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아랫사람으로 두고 일하기에 기분이 나쁘겠지. 그렇지만 진심이 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거 너무 잘 아는 사이에서 할 말 없으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사업회의 하나는 재미있었고, 저녁 떡볶이 모임도 좋았다. 마음 편히 유쾌하게 한참 웃었다. 퇴사자 친구라서 회사 욕도 맘껏 할 수 있었고, 친구가 집 정리하면서 내놓은 책과 옷도 챙겨왔다. 마음도 손도 부자가 된 귀갓길.


밤 늦게 서울에서 친구가 왔다. 이 친구도 하루하루가 고단한 모양이다. 언제든 힘들면 집에 와서 쉬었다 가라고 했는데 오늘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 언제든 와서 쉬었다 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라고 고맙고 기쁘다.


내일은 수요일, 일주일의 정상 같은 날이지만 비밀보장 올라오는 날이다. 그 생각하면 버텨야지. 당직이라 저녁까지 근무해야하지만 저녁밥을 회사가 사주니까 공짜밥과 야근수당 번다고 생각하면서 버텨야지. 오늘도 무탈하게 잘 지나갔다. 수고했다. 나님.


https://youtu.be/rOQ1kwAIf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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