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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10. 2020

기운이 빠진다. 정말.

오늘은 슬프고 괴롭고 힘든 날이다.

힘든 날이다. 일어날 때부터 힘들었던 건 아닌데, 수요일이고 당직 때문에 야근을 했고, 유난히 사무실 분위기가 안 좋았다. 늘 안 좋아서 특별할 것도 없지만 옆 자리 동료도 오늘 정말 답답함이 극에 달하는 것 같다고. 왜 그렇게 평범한 말도 짜증을 내며 말할까. 의도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실린 말들, 그 의도를 헤아릴 의무가 내게 없으니 나는 그러려니 하고 말지만 기분이 확 나빠진다. 명확한 의사전달이 안될 게 분명한 얼버무리는 말투. 보고인지 불만인지 질문인지 모를 화법. 하이고, 떠올리니 너무 괴로워진다. 그만해야지. 퇴근했으니까 잊어야지.


나와 동료가 생각하기에 말이 안 되는 일, 이해가 도저히 안 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국민신문고나 담당행정기관에 민원으로 넣고 싶을 정도인데 내가 직접 하면 내부 고발이 되는 건가. 아니 고발까지는 갈 내용은 아닐 거다.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테니까, 불법만 아니게 피해가는 비도덕적, 비합리적 결정들이다. 불법이 아니라고 걸릴 게 없다고 해명하겠지. 불투명한 과정이 의심스러우니까 앞으로 잘 하라고 항의 민원을 넣거나 공론화를 할까 그런 이야기를 동료와 한참 하고, 사직한 동료와도 하고, 일기로도 쓰고, 여기에도 이렇게 또 쓴다. 아마 구체적인 어떤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에 따른 후폭풍, 일상의 불편 혹은 피곤함을 감당할 자신은 없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래서 무력한 마음에 답답하다.


일이 먼저라고 말하면서 실무자들을 희생시키고 보람을 강요하던 기억, 실제로 그렇게 믿고 질주하다가 나가 떨어졌던 순간, 생각보다 윤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던 조직의 실체, 그러면서도 겉으로 보이기엔 그러는 척 하는 위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면서 실제로는 실천도 고민도 하지 않는 게으름, 자신이 가진 권력을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들과 똑같이 저지르면서 혐오와 폭력을 자행하는 모습, 결국은 자기 밥그릇과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한 너무나 속보이든 행태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돈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누구의 존엄도 지켜주지 않고, 공부도 안하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지금 그 자리에서 움켜쥔 것들만 붙들고 뺏길까봐. 아니 이미 다 뺐기고 있으면서 후배들한테만 내주지 않으려고. 응당 필요한 사람에게, 꼭 그 자리에게 있어야 할 사람에게 가야 할 자리를 빼앗는 그런 전형적인 행태들.


기운이 빠진다. 정말.

오늘은 슬프고 괴롭고 힘든 날이다.

좋은 것, 좋은 것만 생각해야지.

내일은 목요일이고 점심에 치킨을 먹어야겠다.


https://youtu.be/AdN7bFkCj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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