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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선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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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23. 2020

조급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느리게 배우고, 느리고 익히고, 느리게 성장하는 분야가 있을 수 있지

집에 가만히 있으면 덥지도 않고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걱정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게 된다. 점심시간에 퇴근해서 샤워하고 밥을 챙겨 먹고 바깥 풍경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밖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트위터를 보면서 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서 한두시간 낮잠을 잔 것 같다. 오후에 심심하면 책을 읽으려고 사무실에서 한 권 들고 왔는데 펴보지도 않았다. 그냥, 별 거 안하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 많이 많이 필요한가 보다.

어제 못 쓴 일기와 우선쓰소 영상을 작업해서 업로드했다. 그러면서 또, 더 잘 쓰고 싶은 마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작가로 벌어먹고 살게 되는 언젠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런 날은 아마 당장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노력, 을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노력도 뭣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다. 그냥 쉬고 또 쉬고,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이걸 그냥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맨 처음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울 때는 못하니까 더 주눅이 들어서 뒤처지고 눈치보여서 더 못하고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하기도 싫어졌다. 몇 년 뒤 다시 수영을 배울 땐, 못하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들이 10번 연습해서 되는 게 나는 100번 연습해야 겨우 될까말까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해서 오히려 가끔은 되게 잘하는 순간도 있었다. 뭔가를 이루지 못한다는 마음이 들 땐 그때를 생각한다.


느리게 배우고, 느리고 익히고, 느리게 성장하는 분야가 있을 수 있지. 내가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있을 테니까. 그냥 주욱 놓치 않고 계속해서 하고 있기라도 하자. 마음 편하게. 나를 너무 괴롭히지 않으면서.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조금은 그런 나를 대견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랑할 날도 오겠지. 아니 사실 지금도 충분히 뿌듯하다.


어떤, 타인의 성취를 바라는 마음과 정말로 더 필요한 어떤 기준의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 계속해서 하는 게 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일단은 꾸준히 올린다. 우선 계속 써서. 계속 하다보면 방법이 또 보일테지.
내일도 단축근무하고 일찍 퇴근하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거야!  


https://youtu.be/wB4GubPpi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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