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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23. 2020

나도 모르게 무리했나봐

두통, 몸살, 위염에 쓰러지듯 12시간 잠들어...

다음날 오후에 쓰는 6월 22일 월요일의 일기.

일주일의 병가 후에 출근하는 월요일, 전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1시쯤엔가 잠들었던가 그래도 평소처럼 7시 반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챙기고 9시에 딱 맞춰 도착하도록 집을 나섰다.


지난주에는 거른 주간 업무회의, 내가 없다고 안 한 건 아니고 사무실에 비가 새서 난리가 나는 통에 수습하느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공간 방문한 사람 중에 다친 사람도 생기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많은 한 주였나보더라. 회의 때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냈냐, 몸 상태는 어떠냐 물어보길래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꼭 보고를 해야만 하는 건가. 그냥 많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전파자가 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몸이 좀 안 좋기도 해서 푹 쉬었다고 간단히 이야기했다. 지역에 감염자가 생겨서 재난문자도 많이 오고 공공 시설들도 다 닫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내 얘기 아닌 다른 이야기로 대충 화제를 돌렸다.


그냥 인사 치레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서 하는 질문이든 ‘이제 몸이 좀 어떻냐’는 말에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예전 기준으로 이렇게 조금 아프면 당연히 휴가를 내거나 쉬지 않았을 거다. 기운이 하나도 없거나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만 병가를 내고 쉬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랬을 터. 그래서 병가 첫 날부터 출근하는 그날까지 몸 상태는 그냥 괜찮은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엄청 아파서 드러누울 상태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했는데 보는 사람 몇몇이 여전히 아파보인다고 걱정은 하셨다. 정말 나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아픈 것이었을까.


퇴근 할 시간이 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출근 스트레스겠거니 하고 서둘러 퇴근하는데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뭐라도 기운이 날만한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너무 강렬했다. 신호대기 중에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후라이드 한 마리 주문하고 들어오는 길에 픽업해서 집에 왔다. 운전하는 동안 약간 멍한 상태가 가끔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 사고 낼 것 같은...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나 혼자 웃으며 집에 왔고,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옷도 안 갈아입고 치킨을 먹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니 피곤이 밀려왔다. 겨우 손발만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좀 앉아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훌쩍 흘렀다. 먹고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이 도질 것 같아서 자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앉아있었는데 결국 8시 쯤 잠들어버렸다. 이도 닦지 않고, 가방도 제대로 풀지도 않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지듯. 그렇게 오늘 아침까지 잤다. 물론 새벽에 가지 밥 주고 나 화장실 가려고 두어번 깨기는 했다.

새벽에 눈 떴을 때는 푹 잤으니까 오늘 하루는 괜찮겠지. 오랜만에 출근해서 피곤했나봐 생각했는데 몸에 기운이 돌지 않아 출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아프면 쉬라고 했는데.. 그런데 지난 한 주를 병가로, 내 기준에서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병가를 내고 쉬어놓고 또 병가를 낼 생각을 하니 스스로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잠이 깨지 않으니 천천히 준비하고 오후에 나갈까 싶다가도 반나절만 일할거면 오전이 낫지 싶어서 일어나 세수만 하고 겨우 출근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퇴근.


아예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니까 이번주는 조금씩 근무시간을 조절해가면서 컨디션을 봐야할 것 같다. 오늘도 오전근무만 해도 충분히 오늘의 할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어제처럼 퇴근시간까지 어떻게든 버텼다면 어제보다 더 머리도 아프고 속도 부대꼈을 것 같다. 잘했다. 내 몸 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내 몸을 잘 살펴야겠지.

잘 쉬고, 잘 회복하고, 조금씩만 일해야겠다.


https://youtu.be/FK2zAS7eS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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