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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27. 2020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뭘 원하는지.

그런 사람이 없는 걸 어떻해요. 없다니까요!

꺼이꺼이 한참을 울었다. 상담을 다녀왔고 상담 받는 중에 우는 건 늘 있는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은 훌쩍훌쩍 우는 게 아니라 꺼이꺼이 엉엉 울었다.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뭘 원하는지.
제가 바라는 건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거에요.
그럴 수가 없는 걸 어떻게해요.

이런 말을 하면서 엉엉 울었다. 상담 선생님도 무슨 말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렇게 상담사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뭘 어떻게 하고, 뭘 원하고, 뭔가 해결되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하시는 거 같았는데 그냥 나는 다 소용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들어가기 전에 든든하게 밥을 먹고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멍한 상태로 마음이 얼얼했는데 집에 와서 밥을 차려 먹고 일기를 좀 쓸까 하고 책상에 앉으니 또 대낮의 상담실에서처럼 눈물이 터졌다.

이렇게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운데
마음 둘 곳이 없어요. 집에 없어요.
마음을 나누고 도닥여줄 사람이 없어요.
그런 사람이 없는 걸 어떻해요. 없다니까요!

트위터에 ‘집에 없는 기분, 원하는 걸 알지조차 못하는 기분’에 대해 적었고, 다정한 친구와 잠깐 대화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울면서 이렇게 또 파도를 헤쳐나가며 바다로 나아간다.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은 그냥 저기 서로를, 자기를, 우리를 아끼며 응원하는 사람은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지금도 눈물이 나지만 어짜피 외로움은 각자 헤쳐나가야 하는 걸 테니까.

며칠 전부터 케이크가 먹고 싶었는데 오늘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를 사먹어야했나. 혼자서 2~3만원짜리 케이크를 사먹기가 좀 그랬어서 넘어갔더니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내일은 혼자 읍내 빵집에 가서라도 사와서 먹어야겠다. 수박도 사고, 달콤한 걸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그리고 다음주...도 적당히 살아야지.

병가와 단축근무를 하면서 일기장에 쓰는 일기를 거의 못 쓰고 있었는데 오늘 비록 꺼이꺼이 울면서 몰라몰라 이런 말을 쓰긴 했지만 일기를 썼다는 사실은 기분이 좀 좋다. 뭘까 이기분....


https://youtu.be/oi_OEwPjA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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