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완주행보

취침시간 9 to 5

완주행보_完州行步16

by badac

시골에선 해만 지면 11시든 7시든 캄캄하다. 겨울이 되면 빨리 6시 반만 돼도 어둑어둑. 퇴근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나면 8시다. 저녁에 밖에 나갈 일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일기 쓰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사람들 사는 얘기를 기웃거리다 보면 잠이 온다. 빠른 날은 8시 반, 보통은 9시, 늦으면 10시.그러면 당연히 아침 기상시간이 빨라진다. 해가 뜨는 걸 느끼며 일어나는 때도 있고 더 일러지기도 한다. 오늘 같은 날은 4시에 일어나 어제 하다만 방정리를 했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시골 긴긴밤이 무료하고 외로울 거라며 오히려 주변에서 야단이다. 아직은 괜찮다. 오히려 휴대폰으로 짧게짧게 확인만하니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다. 물론 이러다 데이터요금 폭탄을 맞을 지도 모르지만. 너무 당연하게 인터넷이 생활의 기본이 되었는데 없어도 큰일이 나진 않더라. 꼭 필요한 것들은 사무실에 일찍 가거나 쉬는 시간에 후딱 처리하면 사는 데 지장 없다. 여전히 자기 전 머리맡에서 휴대폰을 붙들고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터넷 설치는 버텨보는 때까지 미룰 예정이다.

일찍 일어나면 아침 시간이 길어서 전이라면 밤에 했던 일들을 주로 하게 된다. 방청소, 빨래 걷기, 음식물 쓰레기 내놓기, 분리수거 등. 글을 쓰고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5시에 일어나면 8시 출근 전까지 3시간이 생기니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처럼 충분한 시간이 있다.

16_당근수프.jpg 아, 팔이 안닿아서 당근버섯크림 스프를 먹을 수가 없잖아

배고프면 정갈하게 정성껏 아침을 차려 먹는다. 그릇이나 음식 종류가 많진 않아도 예쁘게 놓고 사진 찍어 트위터에 자랑하고 페이스북에 저장한다. 그러다 피곤하면 다시 자기도 하고 그냥 이른 시간에 출근하기도 한다. 밤에 오래 깨 있으면 야식을 먹듯 아침을 한 번 더 먹는 날도 있다. 그 이름은 아마도 재조식.

지금 시각은 5시 25분. 4시에 일어나 방 정리를 하다가 차를 끓여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골식 수면 싸이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밥상 머리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사실 좀 졸리지만 방 정리를 마저 할 생각이다. 지난주에 살던 서울집에서 겨울옷을 챙겨왔더니 아주 짐이 많아졌다. 가구를 들일 생각은 없으니 철 지난 옷을 보관하는 작은 상자에 여름옷을 넣어야겠다. 그리고 오늘도 걸어서 출근을 할 거다.

16_갈대.jpg 이러다 만경강물 떠다가 요리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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