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팟타이

땅콩을 맛있게 먹으려면.

by badac

팟타이를 만들었다.

옆자리 친구가 생땅콩을 잔뜩 선물로 줬다. 나는 식재료가 생기면 어떻게든 뭐라도 만들어 먹는 편이니까 껍질을 일일이 까서 볶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땅콩도 우리집에 와선 뭔가 맛있는 요리가 될 거라 기대해주었다. 고맙게도.


첫날은 퇴근 후 밤에 땅콩의 딱딱한 겉 껍질을 다 깠다. 손가락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둘째날에는 오븐에 땅콩을 구웠다. 두 번 정도 깔아서 구울 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첫번째 판은 새카맣게 태워버렸다. 생두를 볶을 때도 첫판은 감을 못잡아서 태우곤 했는데 이런. 두번째 판은 정신을 바짝 차려서 시간 조절 불 조절을 잘했다. 적당히 잘 익었다. 베란다에 잘 식혀두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밝을 때 첫번째 판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나 살릴 땅콩이 있나 찾아봤지만 전멸. 아깝지만 다 버렸다. 살아남은 땅콩은 300그램 정도. 버린 건 200그램 정도 되는 것 같다. 속껍질을 슬슬 비벼서 벗기고 유리병에 담아두었다. 든든하다. 조만간 이 땅콩을 양껏 갈아서 팟타이를 해먹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는 땅콩을 믹서에 소금과 기름을 넣고 갈아서 수제 땅콩버터를 만들었다. 빵에 살짝 발라 먹었다. 맛있었다. 믹서를 씻는 게 귀찮아서 두번은 해먹을 것 같지 않다.


일요일에 일주일치 식재료를 마트에 가서 사는데 어제 드디어 팟타이 만들 재료를 샀다. 양배추, 쪽파, 파프리카, 청경채, 고수, 숙주와 쌀국수. 집에 양파, 팽이버섯, 호박이 있으니 모두모두 잔뜩 넣고 볶아 먹을 참이다. 해물팟타이로 해먹고 싶어서 흰다리새우도 샀다.


점심을 집에서 먹으려고 일찍 퇴근해서 요리 시작. 회사에서 매우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더욱더 요리에 집중했다.


쌀국수면을 끓는 물에 불려두고 먼저 달걀을 스크램블로 익혔다.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나머지 채소들을 다 넣었다. 버섯과 호박, 숙주는 마지막에 넣었다. 양이 너무 많아져서 절반은 남겨두었다.

팬에 새우를 익히다가 면과 댤걀 채소볶음을 넣고 섞었다. 집에 있는 피시소스, 우스터소스, 굴소스, 레몬즙 등을 적당히 넣었다. 마지막으론 땅콩을 와르르르르르르 갈아서 뿌렸다. 새우가 좀 덜 익은 것 같아서 오븐에 따로 더 구웠다.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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