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지향

노력하고 있습니다

by badac

식사 약속을 잡을 때마다 갈등한다. 나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많이 먹고, 맛있게 먹는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채식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육식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어디까지 드실 수 있느냐, 생선은 괜찮냐,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느냐’라고 자세히 묻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가끔씩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진 않다. 일회용품이나 비닐 쓰레기를 최대한 줄여서 환경을 조금이나마 덜 오염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오다가 ,같은 측면에서 공장식 축산도 멈춰야 한다고 생각이 이른 것뿐이다. 가축을 키우고 사료를 생산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 산림이 파괴되고, 물 사용량이 급증했으며 분뇨로 인한 오염도 심각하다. 축산업에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닭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행사 뒤풀이로 치킨을 시켰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인지, 음식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맛있게 먹지 못했다. 자고로 음식이란 맛있게 먹어서 그 음식을 만든 사람과 재료에 감사해야 하는데 이렇게 구색맞추기로 곁들인 음식이 되어 결국 버려지는 건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먹고 싶은 게 뭔지 모를 때, 모임의 분위기를 좀 띄우고 싶을 때, 무난하게 치킨을 시키곤 했던 습관을 반성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결심이 무너져 맛있게 조리된 치킨을 다시 먹기 시작했지만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에 덧붙여 동물권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하고는 있었다.


나는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산다. 손바닥으로 녀석의 등을 쓸어내리면 내가 먹은 돼지등갈비찜의 갈비뼈와 같은 촉감이 느껴진다. 그런 순간 등골이 싸늘해지는 것이다. 움직일 수조차 없이 좁은 우리에서 각종 항생제를 맞으며 사료로 키워지는 가축들의 농장 현실까지 본다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게 비인간동물을 착취하는지 알게 된다. 어제까지 맛있게 먹던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우유, 달걀, 치즈, 버터 같은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싫고 어지간하면 양보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식사 메뉴를 고를 때 자기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김밥집에서 햄과 계란을 빼주세요, 라고 말하는 일은 어디 쉬운가. 그래도 그나마 먼저 말하고 실천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아하, 비건이세요?’라는 말을 듣는 날도 왔다.


내가 한 다고 뭐 얼마나 달라질까, 나는 또 실패하고 말았네, 라며 좌절하고 의심하는 것보다 고기 열 번 먹을 거 노력해서 아홉 번, 여덟 번만 먹게 되는 것도 큰 변화다. 그렇게 세상에 자꾸 채식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면 위기의식에 공감하는 사람, 변화에 함께 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식사 메뉴를 고를 때의 대답은 조금 민망하지만 “육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채식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다음 책을 추천합니다.

<비거닝> (이라영 외, 동녘, 2020)

<섭식일기> (최미랑, 오월의 봄, 2021)

<아무튼, 비건> (김한민, 위고, 2018)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김영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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