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마음껏 다정해도 된다

나는 일기든, 편지든, 메모든 손을 움직여 글을 적는 일을 사랑한다.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고 전하는 것도 좋지만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한다. 일기에는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쓴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쓰더라도 쓰는 동안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은 더 신중하게 쓴다. 수신인이 정해진 편지는 그를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쓰고, 누가 읽을지 알 수 없지만 공개되는 글은 그 주제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쓴다. 작가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사보다 같은 말을 쓰더라도 내가 쓰고 싶은 걸 더 좋아하는 걸 보니 뭔가 있기는 있을 거 같은데...

내가 겪은 수많은 일, 느낌과 생각을 일단은 풀어놓는다. (그래서 중독에 가깝게 10년 넘게 트위터를 하고 있다.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최고의 플랫폼) 이런 것도 한다, 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누군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공유하는 마음으로 쓴다. 하루를 살면서 만나고 경험한 숱한 것들 중에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진득하게 앉아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쓴다.

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떤 분야나 주제로 딱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 어렵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하고 싶은 것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나와 나의 생각을 드러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다짐의 왕이니까) 나는 나와 타인, 세상을 마음껏 신경 쓰며 살고 싶다. 한껏 다정한 사람이고 싶은데 쉬운 사람 취급을 받을까봐, 때로는 수줍어서 냉정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지금 작업하는 원고를 어려워하면서 여러 번 고쳐 쓰고 있는데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좌절하다가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하면 풀릴지 감을 잡은 것 같아 조금 설렜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서 복잡한 세상사를 단순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만 강조한 글쓰기는 거짓이거나 해로울 수 있으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모든 면들을 이야기할 거야, 정확해야 한다, 거짓말은 하지 않을 테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비관적인 쪽으로 치우쳤던 건 아닐까.

인생은 고통이고 엉망진창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빛나는 순간들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괴로운 인생을 덜 괴롭게 살기 위해서 숱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때때로 즐겁고 슬픈데 냉소적으로 자조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는 건 역시나 거짓이거나 해로울 수 있다. 나는 사랑이 많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래서 더 외로움을 많이 탈 수 있지만 마음을 주고받고 사랑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애써 감추거나 안 그런 척 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을 향한 말하기는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더 자연스러워질 터다.